[박영준의 커피하우스]

근대 보험의 기원은 1688년 영국 런던의 로이즈 커피하우스입니다. 선원들에게 해상무역 거래에 대한 주요 정보를 ‘로이즈 리스트’라는 소식지로 전달했죠. 여러 위험에 노출된 선원들의 리스크를 공동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영국은 전세계 보험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정보는 보험에서 손익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유익한 보험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이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운전자보험 내 변호사선임비용(경찰조사 포함)’ 특약으로 올 초부터 보험시장이 뜨겁습니다. 배타적사용권은 한시적 독점판매 권한이죠. 지난달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끝나자마자 카피상품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비용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은 기존에 없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조사(약식기소)만으로 사건종결이 가능해지면서 필요성이 생기게 됐죠.

아무도 보상하지 않던 상품이니, DB손보에겐 무주공산이었습니다. 다른 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이후 출시된 카피상품에서는 기존 최대 5000만원 수준이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가입금액이 최대 800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가입금액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생깁니다. 운전자와 변호사가 짜고 비용을 부풀리는 식이죠. 수임료는 보험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과거 금융감독원도 이러한 위험성을 경계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2011년 보험업계에 보낸 메일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당시 금감원은 “방어비용은 기소로 인한 비용(변호사 선임 등)을 보상하는 담보로 재판 없이 약식기소로 끝나는 경우 피보험이익이 불명확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변호사비용에 약식기소까지 포함할 경우 보험금이 얼마나, 어떻게 쓰일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중형 선고가 가능해졌고, 수사권 조정에 따라 변호사를 통한 초기대응이 필요해진 건 맞습니다. 하지만 최대 8000만원, 1억원씩 변호사비용으로 쓸 수 있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데 보험사가 일조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이 실손의료보험처럼 흘러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실손의료보험에 비할 순 없겠지만, 매년 발생하는 수조원의 적자는 의료계와 실손보험 가입자의 일탈이 보험사가 예상한 수준을 벗어난 데서 비롯됐습니다. 보험사는 이걸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서도 매출을 올리려했고, 그게 부메랑처럼 돌아온 거죠. 

현재의 보험료가 적정한 수준이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험업법 시행세칙에서는 보험료 계산 시 ‘최근 3년 이상의 지급통계를 사용하였는지 여부’를 따지도록 합니다. 경찰조사만으로 사건 종결이 가능해진 시점은 처음 이 상품이 출시될 당시 기준(2022년)으로도 2년이 채 안됩니다. 약식기소로 변호사 비용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알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었을까요.

금융당국은 보험사마다 변호사비용을 더 보상하겠다며 너나없이 뛰어드는 현재의 상황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도 가입금액에 상한을 두고, 일정 부분 가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을 정도죠.

‘팔고 보자’식의 경쟁을 제한할 금융당국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실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비용 담보는 특히나 보험금 분쟁의 단골손님입니다. 제도나 가입자의 행동 변화를 보험약관이 따라가질 못하기 때문이죠. 예상치 못한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수록 보험사는 문을 걸어 잠그려 할 겁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