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한 기후 좋아해 산간 내륙서 잘자라
경기도 가평, 강원도 홍천 등에 많이 식재

▲ 잣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이다. 그래서 학명에 한국을 뜻하는 라틴어 ‘코라이엔시스’가 들어있다. 내륙지역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나무이며 사진은 창경궁에 있는 잣나무다.
▲ 잣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이다. 그래서 학명에 한국을 뜻하는 라틴어 ‘코라이엔시스’가 들어있다. 내륙지역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나무이며 사진은 창경궁에 있는 잣나무다.

사철 푸른 나무 중에 색감이 분명한 나무가 있다. 한여름보다 한겨울에 짙푸른 색감이 더 뚜렷해서 군락지를 만나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나무다. 학명에는 우리나라를 뜻하는 라틴어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뜻이다.

고소한 맛의 열매를 내놓는 잣나무다. 학명은 피누스 코라이엔시스(Pinus koraiensis). 한국산 소나무라는 뜻으로,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잣나무를 만날 수 있다.

물론 해발 7~800m 이상 되는 지역에서 말이다. 내륙의 추운 산지에서 잘 자르는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니 영어명도 ‘한국산 백송’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Korean white pine’이다. 잎이 희게 보여서 흰소나무라고 명명한 것인데, 그런 까닭에 잣나무를 중국이 원산인 ‘백송’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잣나무는 산림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 중 9위에 오른 나무다. 9위를 높은 순위라고 추켜세우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나무와 단풍,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처럼 우리 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을 빼면 상황은 달라진다. 잣나무에 앞서는 나무는 감나무 정도이니 말이다.

잣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보니 나무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 순교를 통해 불교를 신라에 뿌리내리게 한 이차돈이 평소에 대나무와 잣나무 같은 절개에 맑은 물과 거울 같은 지조로 선행을 쌓았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으며 신라 진평왕 46년(624)에는 백제와 전투를 벌이던 신라 장수 눌최가 분개하며 “봄날 온화한 기온에는 초목이 모두 번성하지만, 겨울 추위가 닥쳐오면 소나무와 잣나무는 늦도록 잎이 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고 진덕여왕 원년(647)에 김유신은 비령자에게 “날이 추워지면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늦게까지 푸르다”면서 급하니 적진 깊이 들어가 싸울 것을 권했다는 기록도 있다.

즉 이미 삼국시대에 잣나무는 소나무나 대나무와 함께 지조를 뜻하는 나무로 섬겨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흐름은 조선 후기의 추사 김정희에게도 이어져 세한도를 남기게 된다.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잣나무는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홍천에 많이 식재돼있다. 설악산의 대청봉 주위는 추위에 강한 눈잣나무, 울릉도에는 섬잣나무가 자란다. 사진은 공주 마곡사의 잣나무다.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잣나무는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홍천에 많이 식재돼있다. 설악산의 대청봉 주위는 추위에 강한 눈잣나무, 울릉도에는 섬잣나무가 자란다. 사진은 공주 마곡사의 잣나무다.

우리나라에는 잣나무 종류가 몇 개 있다. 우선 잣 열매를 여는 잣나무가 있고, 주로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홍천 등에 서식한다.

그리고 울릉도에는 섬잣나무가 있으며 설악산 대청봉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눈잣나무가 있다. 이밖에 1920년대에 미국에서 들어와 공원 등에 많이 식재된 스트로브 잣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 들 나무 중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여는 나무는 잣나무가 유일하다.

울릉도의 섬잣나무는 한반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나무다. 10m까지 자라며 생김새는 잣나무와 비슷하지만 솔방울은 작고 종자에 날개가 달려 있다. 특히 한랭한 기후를 좋아하는 잣나무와 눈잣나무와 달리 습도가 높은 해양성 기후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밖에 설악산의 고산지대에서 발견되는 눈잣나무는 누워서 자라기 때문에 누운 잣나무, 겨울 한랭한 눈 속의 날씨도 잘 견뎌내 눈잣나무라고 부른다.

눈잣나무는 남한 내에서는 설악산의 대청봉과 중청봉 등 아고산대에서만 유일하게 살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에 따라 개체가 점차 줄고 있다고 한다. 등산객의 발길에도 많이 훼손됐으나 목재길이 만들어지고 난 뒤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잣나무는 물기가 있는 깊은 골짜기나 땅의 깊고 기름진 산기슭과 산허리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능선 등에서는 외려 생육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 나무는 산림녹화 과정에서 많이 식재된 나무이기도 한데 1965년부터 1984년까지 20년 동안 6억7500만 그루 정도의 묘목을 심었다고 한다.

이때 심은 나무들이 지금은 40~60년 이상 된 나무로 성장했으니 요즘 우리가 먹는 잣들은 거의 이 나무들의 열매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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