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김씨(남, 50대)의 아파트에서 욕실 바닥 층의 파손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누수가 발생했다.

그는 가입해둔 일상배상책임보험으로 피해를 입은 아래층의 공사를 시행해줬다. 또 누수원인으로 추정되는 지점인 안방 화장실을 철거하고 바닥누수 방지, 원상복구 등을 진행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보험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대인배상책임 또는 대물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로 인해 입은 손해와 손해를 방지 또는 경감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김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대한 방수공사비도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쟁점은 손해를 방지 또는 경감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손해방지비)의 인정 여부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광주지방법원 2019년 10월 8일 선고 2018가단535165(본소), 2019가단507921(반소)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약관에서 정한 손해 경감 및 방지를 위해 지출한 비용에서 그 경감 및 방지의 대상이 되는 손해는 당해 기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비용 역시 기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경감 또는 방지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향후에 재발할 사고를 대비하여 지출하는 보험목적물의 수리비용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보험목적물 건물의 방수공사 비용을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만약 보험사고 발생 후, 그 전에 보험목적물에 보수공사를 하지 않은 경우 하자를 부주의로 발견하지 않았거나 하자를 발견하고도 방치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방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약관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에서 경감 또는 방지할 수 있었던 손해액을 공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해석은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법원은 이 사건의 방수공사비를 보험계약자인 김씨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보험목적물의 수리로 봤다.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아래층에 손해가 방지 또는 경감된다해도 보험사가 김씨에게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 손해방지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다른 판결례로는 인천지방법원 2022년 6월 29일 선고 2021가단261963 판결을 들 수 있다.

“누수지점의 탐지작업에 들인 비용, 누수가 확인된 배관의 철거에 들인 비용은 누수를 직접 원인으로 하여 제3자인 임차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필요한 공사에 해당하므로 이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나, 이 범위를 초과하여, 2층 바닥에 새로운 배관을 설치하고, 바닥층을 새로이 깔아 설치하는 작업은, 이 사건 누수사고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임대인이자 소유자가 자신 소유의 건물에 대하여 통상 지출하여야 할 필요비 성격의 공사라 할 것이므로, 이에 들인 비용을 손해방지 경감비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방수 공사는 피해 아파트의 손해를 방지해 주는 면도 있지만 방수공사로 인해 김씨의 아파트가 이익을 보는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 오히려 방수공사로 인해 김씨 아파트가 이익을 보는 것은 일종의 재물보험에 가입한 효과가 있게 된다. 배상책임보험은 상대방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약관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규정이 들어 있다.

“회사는 보험목적에 대한 위험상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보험기간 중 언제든지 피보험자의 시설과 업무내용을 조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개선을 피보험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그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이처럼 보험사는 보험기간 중 언제라도 시설을 점검해 개선을 피보험자에게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피보험자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비춰볼 때 보험에 가입한 아파트 등 건물의 하자 보수에 관한 공사비용은 김씨가 부담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 손해방지 또는 경감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해차이가 존재한다. 재물보험적 이익 또는 이익금지원칙에 비춰 어디까지를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로 볼 것인지는 판결례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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