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밥그릇 달라
동생, 더 먹겠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CI.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CI.

2023년 2월 23일 22:1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컨퍼런스 콜이 있던 지난 21~22일, 올해부터 시작될 형제간 결투의 서막이 올랐다. 컨콜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올해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제도(IFRS17) 하에서의 경영지표다. 특히 부채 항목인 계약서비스마진(CSM) 발표가 이목을 끌었다. 

실상 CSM은 바뀐 회계제도에서 보험사의 회계적 이익증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좌다. IFRS17에서는 CSM이 일정기간 상각돼 점차 회사의 당기순이익으로 인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밝힌 CSM은 약 11조원, 삼성화재는 약 12조2000억원 수준이다. 통상 6~7년의 기간에 걸쳐 상각한다는 가정을 더하면 삼성화재가 연간 1조7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의 이익을 낼 거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삼성화재는 IR을 진행한 전체 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CSM을 보였음에도 ‘보수적 가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CSM과 함께 부채 항목에 포함되는 위험조정(RA) 상각액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데. 오히려 상당한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평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익은 각각 1조5833억원, 1조1414억원이었다. 삼성생명이 법인세법 개정에 따른 상쇄효과로 약 4000억원 가량의 추가이익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소한 차다. 향후 순익 규모에서 삼성화재에 무게추가 기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CSM의 중요성만큼이나 향후 CSM 확보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컸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 역시 지속적인 CSM 창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계열사간 그룹 기여도에 영향을 미친다.

컨콜에서 맏형 삼성생명은 “손해보험과 경합하는 건강보험 시장을 늘려 CSM을 확대해나갈 것”을 외쳤다. 둘째 삼성화재는 “고수익 신상품 개발 통한 CSM 확대에 주력할 것”을 화두로 꺼냈다.

생명·손해보험이 경합하는 제3보험(보장성인보험)에서 형제간 본격적인 경쟁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사의 CSM 규모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보장성인보험 계약에서 갈렸다는 점을 미뤄볼 때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SM 순위(각사 추산액)는 삼성화재 약 11조2000억원, DB손해보험·삼성생명 약 11조원, 현대해상·한화생명 약 9조원 규모다. 

CSM 가정에서 주요 척도는 미래 지급할 보험금의 현가인 최선추정부채(BEL) 산출이다. BEL이 커질수록 CSM 상각을 통한 손익 인식을 방해한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인 사망보험보다 보험금 지급규모가 작고, 부채로 인식되는 기간이 짧다. 사업비도 적게 든다. 각종 수리적 가정이 부채의 현가평가에 반영될 때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은 신계약을 통해 연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의 CSM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따로 언급이 없었다. 

제3보험 시장을 향한 생명·손해보험의 영역파괴는 이전 회계기준 하에서도 계속됐던 일이다. 하지만 컨콜에서의 형제간 발표된 CSM 수치는 동생을 향한 맏형의 공격적인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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