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전문 교육기관서 상업양조 위해 만든 서울양조장
류인수 대표 “모델 양조장으로써 메시지 주려 했다”

▲ 서울 방배동에 자리한 ‘서울양조장’은 류인수(사진)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이 2년 전에 설립한 소규모 양조장이다. 국내 유일의 ‘쌀가루 흩임누룩(설화곡)’을 사용해서 5양주를 빚고 있으며 오리지널과 골드 등 모두 4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 서울 방배동에 자리한 ‘서울양조장’은 류인수(사진)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이 2년 전에 설립한 소규모 양조장이다. 국내 유일의 ‘쌀가루 흩임누룩(설화곡)’을 사용해서 5양주를 빚고 있으며 오리지널과 골드 등 모두 4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명주부터 명인, 주인반까지 6개월 과정을 마친 분들이 2000명쯤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술을 배워서 양조장을 낸 곳도 60~70곳 정도 되고요. 그러다 보니 지난 2018년에 받은 소규모주류제조면허가 2020년 사라질 처지에 있을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년 동안 술을 생산하지 않는 양조장 면허는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 간 분들도 많고 동문 양조장도 많은데 교육기관에서 술을 만든다는 것이 마음에서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상업 양조에 나선 지 2년을 갓 넘긴 서울양조장. 업력은 짧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우리 술 전문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만든 술도가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류인수 대표(겸 한국가양주연구소장)는 당시 면허반납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양조 기술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면허를 유지하기로 한다. 

“상업 양조는 규모가 있어서 가양주 방식으로 답을 구할 수 없어요. 또한 유통과 마케팅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는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입니다. 술을 빚어 직접 판매를 해야 해결책을 교육에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탁약주에 허용된 소규모주류제조면허를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상징적으로 취득했던 점도 고려했습니다.”

양조장 면허를 유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류인수 대표의 얼굴이 다소 굳어진다. 수료생들도 눈에 밟히고 제대로 된 양조교육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중첩된 당시의 상황을 떠올라서일 것이다. 어렵게 양조를 결심한 류인수 대표는 업계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 양조장’을 기획한다.
 
서울양조장의 첫술은 지난 2021년 1월에 발효한 ‘서울 오리지널’이다. 교육기관을 운영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누룩인 ‘설화곡’을 사용하고 다섯 번 술밥을 주는 ‘5양주’로 빚어 발효와 숙성에만 6개월의 공을 들인 술이다. 교육과정에서 ‘쌀가루 흩임누룩’ 정도로 소개하고 교육했던 누룩인데, 수료생 중 아무도 상업양조에 적용하지 않아 자신이 상업화한 것이다. 쌀가루 위에 핀 흰곰팡이가 눈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도 ‘설화곡’이라고 붙였다.
 
“기왕에 만드는 술이라면 업계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기 누룩을 사용하면서 최고품질의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런 첨가물 없이도 스파클링이 가능하다는 것 등 품질로 시장을 설득하는 모습을 술도가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 서울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들이다. 왼쪽부터 골드, 핑크, 오리지널, 스파클링 순이다. 서울양조장은 유일하게 크라운캡을 사용했고, 술의 맛은 물론 술을 따르는 재미까지 덤으로 주고자 디캔터(사진 왼쪽)를 도입하기도 했다.
▲ 서울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들이다. 왼쪽부터 골드, 핑크, 오리지널, 스파클링 순이다. 서울양조장은 유일하게 크라운캡을 사용했고, 술의 맛은 물론 술을 따르는 재미까지 덤으로 주고자 디캔터(사진 왼쪽)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서울양조장의 술 4종류는 모두 이런 배경을 갖고 태어났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방식의 누룩으로 프리미엄막걸리를 빚어야 한다는 생각이 ‘서울 오리지널’을 만들었고, 첨가물 없이 발효·숙성 기술로만 탄산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 스파클링’을 만들었다.

게다가 500mL 한 병에 소비자가 19만 원 하는 ‘서울 골드’는 아예 작정하고 최고품질의 술을 기획하게 된다. 자기 누룩을 쓰지 않고 고가의 프리미엄 막걸리 마케팅을 펼치는 양조장의 모습이 마음에 안 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드는 누룩 중 가장 좋은 것을 따로 모아 빚고, 다 숙성된 술에 추가적인 물을 넣지 않고 원주 그대로인 알코올 도수 15%로 병입했다. 수량도 연간 1200병으로 한정 생산한다.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상품을 기획했는데 의외로 선물용과 접대용 수요가 발생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한정 생산 원칙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류인수 대표는 올해 새로운 술들을 계획하고 있다. 색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발표한 ‘서울 핑크’ 외에 다른 색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보태 증류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증류주는 장치산업이어서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다. 즉 당장 현금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업계에 던지고 싶다고 류 대표는 말한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하이볼’의 기주로 사용할 수 있는 술을 만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류 대표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류 대표는 숙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술도 내고 싶다고 말한다. 3년 정도 숙성된 약주를 내면 수입 와인을 넘어설 수 있는 술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모델 양조장으로서의 류인수 대표의 실험 하나하나는 그의 시장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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