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같이 나무에 기생하지만, 약효 때문에 인기
참나무에 많고 느티·버드·동백나무 등에 군락

▲겨울에도 푸른 색을 띠고 있어 동청(冬靑)이라 불리는 기생식물이 있다. 키 큰 나무 높은 가지에 마치 까치집처럼 생긴 겨우살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광덕사 대웅전 뒤편에 있는 느티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군락이다.
▲겨울에도 푸른 색을 띠고 있어 동청(冬靑)이라 불리는 기생식물이 있다. 키 큰 나무 높은 가지에 마치 까치집처럼 생긴 겨우살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광덕사 대웅전 뒤편에 있는 느티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군락이다.

산중의 겨우살이는 여름이나 가을보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 돼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큰 키의 우람한 나무도 잎이 다 지고 나면 벌거숭이가 된 가지들이 처연하게 보인다. 그러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까치집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식물을 만나게 되는데, 겨울에도 푸른 나무여서 ‘동청(冬靑)’이라고 불리는 겨우살이다.
 
산길을 걷다 보면 자주 보였던 겨우살이가 약초로 취급되면서 개체수가 많이 준 듯하지만, 지금도 남쪽의 산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겨우살이의 이름은 두 가지 정도의 기원이 있는 듯하다. 하나는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겨우살이라고 불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겨울에도 푸르다해 겨우살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동청’이라는 옛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이야기가 더 다가오는 설명이다.
 
주로 참나무 계열의 키 큰 나무의 가지에 붙어서 자르는데, 버드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에서도 기생한다. 특히 뽕나무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는 약재로서 최고로 치며 남쪽 해안가에선 동백나무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도 만날 수 있다.
 
겨우살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란다. 가지는 Y자형으로 두 갈래로 계속 자라고 끝에서 두 개의 잎이 마주 보고 자란다. 잎은 앞뒤의 구별이 없고 황록색의 가지는 강한 바람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탄력이 있다. 키는 1m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50~60cm 정도 된다. 가지가 얽힌 듯 뻗으면서 둥근 형태를 띠고 있어 멀리서 보면 까치집으로 보기 십상이다.

겨우살이는 가을이 되면 굵은 콩알 크기의 노란색 열매가 열린다. 속은 파란 씨앗이 들어있고 끈적한 점액질의 과육이 주위를 둘러싼 모양이다. 주로 산새들이 먹이다. 새들은 이 열매를 먹고 다른 나무로 날아가 배변을 통해 겨우살이를 번식시켜준다.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은 새의 배변은 햇볕에 말라 접착제처럼 가지에 달라붙는다고 한다.

성장 환경이 맞춰지면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가 돋아서 나무껍질을 뚫고 들어가 나무의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먹고 자라게 된다. 그나마 녹색의 이파리를 틔우니 자체적인 광합성을 통해 양분의 일부라도 생산한다는 점에서 완전기생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겨우살이는 기생생활로 삶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나무 입장에서는 깡패 같은 나무다. 자신이 어렵게 만든 양분을 중간에서 얌체처럼 갈취하기 때문이다. 겨우살이 입장에서는 사시사철 물 걱정과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겨울 찬 바람을 이겨내며 살아야 하는 나무의 처지에선 분통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약재의 효능이 좋아 겨우살이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뽕나무의 겨우살이는 더 대접받는데, 음력 3월 3일에 채집해 그늘에 말려서 약으로 쓴다고 한다. 눈을 밝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머리털과 치아를 단단하게 해주고, 산모에게는 더욱 좋다고 알려져 있다.
 

▲겨우살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식물이다. 서양에선 크리스마스나 새해첫날 서로를 축복하기 위해 문 위에 걸어놓는다. 그날은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하는 전통까지 있을 정도로 겨우살이는 축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겨우살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식물이다. 서양에선 크리스마스나 새해첫날 서로를 축복하기 위해 문 위에 걸어놓는다. 그날은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하는 전통까지 있을 정도로 겨우살이는 축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에겐 얌체의 이미지를 갖는 겨우살이가 유럽 등 서양에선 좋은 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문 위에 장식물로 겨우살이를 걸어둔다.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밑에서 키스하는 것을 오랜 풍습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남녀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이런 풍습의 기원은 북유럽에서 비롯됐다. 노르웨이의 신화에 나오는 평화의 신인 발드르가 겨우살이로 만든 화살에 죽임을 당하는데, 그의 부모인 신의 왕 오딘과 여왕인 프리그가 그를 살려놓은 후 겨우살이를 사랑의 여왕에게 바쳤다. 그리고 이 밑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라도 키스를 받아야 한다고 선포한 것이다.
 
서양에서도 겨우살이는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았다. 드루이드교도들은 황금 낫으로 떼어낸 겨우살이를 담근 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나뭇잎이 떨어지는 추운 계절에도 푸른 빛을 발하는 나무의 특징 때문인듯하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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