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권고에 금리경쟁 줄어
두달새 파킹통장 1%p 인하

주요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 추이
주요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 추이

4~5%대까지 치솟았던 저축은행 수시 입출금상품 금리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예금금리 인하를 압박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이 최근 파킹통장 등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고 있다.

파킹통장은 주차하듯 목돈을 잠시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계좌다. 수신금리 인상 목돈을 단기간 넣고 빼기 쉬워 많은 소비자가 이용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연초 4.3%였던 파킹통장 '머니쪼개기 통장' 금리를 지난달 3.2%로 낮췄다. 한달 새 두 번에 걸쳐 총 0.9%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파킹통장 '비대면플러스 입출금통장' 금리를 연초 4.0%에서 지난달 3.3%로 0.7%포인트 인하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페퍼스파킹통장2'의 금리를 3.8%에서 3.2%로 인하했고, SBI저축은행도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 금리를 연 3.2%에서 연 3.0%로 낮췄다.

이런 추이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 행보에 맞춰 저축은행권도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통상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는 신뢰도를 고려해 시중은행보다 소폭 높게 책정되는 편이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로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은행의 과도한 수신 경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2금융권의 유동성을 메마르게 할 수 있다고 동시에 지적했다.

다만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하락 추이가 시중은행보다 빨라 대규모 자금 이탈도 포착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신규 취급 12개월 예금상품 기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평균 금리 차는 1.99%포인트(p)다. 지난해 11월 0.91%포인트, 12월 1.48%포인트에 이어 지속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저축은행권 수신 평균잔액은 120조2384억원으로 한달 만에 1조1188억원 줄어들었다.

업계는 대출 리스크 확대 등 자금운용 여건이 악화하며 자금을 조달할 요인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경기 변동성이 심화함에 따라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한 까닭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 이후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인하된 게 영향이 가장 컸다”라며 “전반적으로 최근 업황이 악화한 영향도 있다. 자금조달을 많이 해도 여신으로 나가지 못하면 비용만 확대한 꼴이 되니 수신 규모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도 진정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이러한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반가량 이어진 인상 행진이 멈췄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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