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항아리 빚어 소주 숙성하는 국내 유일 증류소
3년 숙성한 술맛 알아본 소비자 이태 전부터 급증

직접 항아리를 만들어 자신의 소주를 숙성시키는 충주 ‘담을술공방’의 이윤 대표가 자신의 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항아리는 100리터 항아리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숙성용 항아리다.
직접 항아리를 만들어 자신의 소주를 숙성시키는 충주 ‘담을술공방’의 이윤 대표가 자신의 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항아리는 100리터 항아리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숙성용 항아리다.

증류소주의 완성은 숙성에 있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숙성했는지에 따라 소주의 맛과 향은 천차만별이 된다. 

좋은 술을 원하는 양조장들은 당연히 숙성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 술에는 숙성 문화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업계에서 시도하는 숙성을 위한 노력은 새롭게 쓰고 있는 우리 증류소주의 역사다. 

업계의 여러 시도 중에 낭중지추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주를 빚는 곳이 있다. 직접 소주를 증류하고 이 원액을 숙성할 항아리까지 직접 만드는 곳이다. 

충청북도 충주에 ‘담을술공방’이라는 증류소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요즘 젊은이들의 말처럼 ‘존버’해서 오늘에 이른 양조장이다. 

증류와 항아리 제작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궁극의 증류소주를 수제로 완성한다는 뜻을 지닌다. 증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숙성한 술의 술맛까지 양조인이 기획해서 상품화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담을술공방의 시도는 최고의 싱글몰트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오크통 장인을 두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발베니증류소’의 그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도 좀처럼 나서지 않은 숙성을 조그마한 양조장에서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숙성의 기준이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옹기를 만들고 술을 빚는 일 모두를 부부가 도맡아 한다. 윤서예 대표는 술을 빚고 증류하는 일을, 그리고 도예가인 이윤 대표는 옹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려운 일을 이윤 대표는 왜 시작한 것일까. 발단은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 이 대표에게 건넨 말 한마디였다. 

배 회장으로부터 술을 배우고 있던 2006년 어느 날, “앞으로 십 년쯤 뒤에는 증류소주가 주목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왕에 옹기를 빚는 재주가 있으니 소주 숙성용 항아리를 빚어보라”고 했단다.  

 ‘담을술공방’에서 만드는 증류소주는 알코올 도수 25도와 41도 55도, 3종류이다. 25도는 6개월 정도 숙성시킨 대중주며 41도와 55도는 3년을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고급주다.
 ‘담을술공방’에서 만드는 증류소주는 알코올 도수 25도와 41도 55도, 3종류이다. 25도는 6개월 정도 숙성시킨 대중주며 41도와 55도는 3년을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고급주다.

하지만 숙성을 위한 항아리의 기준이 없었다. 배상면 회장 스스로 유약을 바른 항아리에 증류주를 넣고 수많은 실험을 했지만 좋은 술을 얻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윤 대표에게 숙성에 적합한 항아리를 주문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옹기 전문가라고 해서 숙성에 맞는 항아리를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윤 대표는 결국 오크통을 생각하며 숙성을 위한 항아리를 제작하게 된다. 보통 오크통의 천사의 몫은 1.5% 안팎인데 이 기준으로 항아리를 만들면 항아리가 샌다. 

그래서 그는 감소율 0.8% 정도로 항아리의 토질과 통기성을 결정한다. 이렇게 해서 2011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 윤두리공방의 20ℓ 항아리다. 하지만 당시 양조인들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항아리를 낯설어했다. 

그동안 봐온 항아리들이 모두 유약이 발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2017년 소주 증류소를 열고 자신의 술을 항아리에 숙성시키기 시작한다. 고육지책이었다. 

그 덕분에 이윤 대표 부부는 시간에 돈이 묶이는 장치산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것도 해마다 빚을 내면서 술을 숙성시키게 된다. 

지금은 담을술공방의 술들을 소비자들이 찾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시작해서 3년 정도는 후회도 많았다고 한다. 증류와 숙성은 돈 없이 시작할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이다. 

“아직 투자한 자금을 다 회수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원활히 재생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며 이윤 대표가 건넨 말이다. 

담을술공방에서 만드는 소주는 모두 3종류다. 알코올 도수 24, 41, 55도로 구분된다. 술의 브랜드는 ‘주향’이다. 술의 향기를 제대로 모으기 위해 숙성을 선택했으니 가장 어울리는 술이름이다.

24도짜리 주향은 6개월을 숙성시킨 술이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저가형 술이다. 41도와 55도는 오키나와의 고주(古酒)처럼 3년을 숙성한다. 3년의 숙성기간을 선택한 것은 이쯤 돼야 술의 향기가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연전부터 주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숙성시킨 소주의 향을 이제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담을술공방처럼 증류주와 옹기항아리를 같이 만드는 양조장이 일본 오키나와에도 있다. 아와모리 소주를 숙성시키고 있는 츄코주조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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