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원발암 기준 분류조항과 설명의무

김씨(여, 40대)는 갑상선암(진단코드 C73)과 목 림프절 전이(진단코드 C77)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우측 갑상선 전절제술, 중심구획 경부림프절 박리술 및 약물치료를 받았다.

이후 보험사에 림프절 전이에 대한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소액암인 갑상선암보다 보험금이 더 많았기 때문. 하지만 보험사는 원발암(처음 발생한 암)인 갑상선암을 기준으로 암 진단비와 수술비를 지급했다.

김씨가 원발암이 아닌 림프절 전이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는 없을까. 판결은 원발암 기준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설명을 들은 바 없다는 점에서 갈렸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부산지방법원 2020년 12월 18일 선고 2019가단342002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분류번호 C77에 해당하는 암은 이 사건 약관 악성신생물(암) 분류표에서 '암'으로 규정하고 있는 '불명확한,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분류번호 C76~C80)에 포함되는 점, 이 사건 약관에서 분류표 C77에 해당하는 암을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도 일반암 진단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하여 일반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보험회사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김씨에게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험회사는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이번 판결례는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해 그 설명의무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이행했는지가 관건이 됐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확인해 주는 판결례로서 의미가 깊다.

이와 함께 갑상선암으로 진단받고 진단서상 “(주)갑상선암(C73), 목림프절 전이(C77)”이라고 기재된 경우 전이암은 ‘별도의 질환’이 아니라 암의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C73과 C77을 별도로 표기한 것은 암의 종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암이 목 림프절까지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명시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즉 목림프절 전이를 별도의 암으로 진단한 것이 아니라 주된 질병인 갑상선암의 진행 정도를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C77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갑상선암 보험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해당 전문의들 사이에는 이 견해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원발암인 갑상선암이 명확히 확인되고 원발암 장기 주변의 림프절 전이에 불과한 경우에는 C73코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C77코드는 원발성 암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림프절로 전이를 일으킨 암종이 발견되거나 원발성 암을 모두 치료한 후에 추적 관찰 중에 림프절에 단독으로 암이 재발됐을 경우에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악성신생물(암) 분류표에서는 C77을 ‘암’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를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갑상선암이 인근 국소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C73코드 이외에 C77 코드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지침서’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갑상선암에 기인해 전이된 암종으로서 일차 림프절을 비롯한 갑상선 이외의 조직에 암이 침범한 경우에는 C73과 별로도 C77코드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 역시 해당 분야 전문의들 사이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고려하면 갑상선암과 같은 소액암이 아닌 일반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약관을 살펴보자. 2011년 4월 1일 이후 판매되는 암보험 약관부터는 “C77-C80의 경우 일차성 악성 신생물(암)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원발부위(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해당한다.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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