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월 가계대출 동향’ 분석
“고금리에 대출수요 줄어든 영향”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역대 2월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9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50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798조6000억원)는 주택 매매 및 집단대출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났으나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한달 전보다 3000억원 줄었다.

주담대가 감소한 건 지난 2014년 1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세자금대출도 2조5000억원 줄어들며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로 신규 대출수요는 줄고 기존 대출상환은 늘어난 결과”라며 “특히 최근 월세 전환 등으로 전세 거래 자체가 줄고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현상도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기타대출(250조8000억원)은 높은 대출금리와 대출규제(차주단위 DSR 3단계)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1월의 계절요인(상여금 유입 등)이 해소되며 감소 규모는 전달 4조6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1183조3985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1882억원 늘면서 두달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소기업은 일부 은행의 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한달 새 대출이 4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대출수요 둔화로 9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회사채는 투자수요 호조에 따른 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4조3000억원 순발행되면서 전월(3조 2000억원)보다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은행 수신은 한달 만에 22조3000억원 증가했다. 올 1월 역대 최대 규모(-59조 5000억원)로 줄었던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 결제성 자금 및 기타 금융기관 자금 유입으로 21조4000억원이 다시 늘어난 영향이다.

정기예금은 예금금리 하락에 따른 기업·가계의 자금 인출에도 지방자치단체 자금이 새로 유입되면서 2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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