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서 공원 녹지대에 매화나무 많이 심어 
창덕궁·경복궁 매화도 만개해 찾는 사람 많아

▲ 창덕궁 성정각 자시문 앞에는 조선 선조 임금 때 명나라로부터 들어온 매화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다. 400여 년을 넘긴 나무이나 원래의 줄기는 아니고 새롭게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가 자란 모습이라고 한다.
▲ 창덕궁 성정각 자시문 앞에는 조선 선조 임금 때 명나라로부터 들어온 매화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다. 400여 년을 넘긴 나무이나 원래의 줄기는 아니고 새롭게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가 자란 모습이라고 한다.

2023년 03월 18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의 봄은 매화나무에서 시작한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매화가 많이 눈에 띈다. 상춘의 대명사는 벚꽃이 차지한 지 오래됐지만, 일찍 꽃을 터뜨리는 매화를 즐기기 위해 지자체에서 공원 등의 녹지대에 매화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봄을 한발이라도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이 담긴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물론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찍 매화를 보기 위해 남쪽으로 상춘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남도의 매화는 2~3월에 피어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부산 통도사의 자장매 등이 우선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만, 대표적인 탐매지는 지난주 절정을 이룬 전라남도 광양의 다압리 매화마을일 것이다. ‘꽃 반 사람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꼭 남도까지 찾아가야 좋은 매화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파트 단지 주변을 둘러봐도 이제는 쉽게 매화를 볼 수 있다. 좀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를 찾아도 좋다. 2006년에 조성한 청계천 하동매화거리의 매화도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며 길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1.2km 거리에 250여주가 심어져 있으니 서울에서 가장 많이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북한산생태공원을 찾아도 좋다. 불광동 구기터널 방향으로 가다보면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 공원이 있는데 이곳의 홍매와 백매도 볼만하다. 또한 삼성동 봉은사의 홍매는 탐매객이 자주 찾는 나무다. 만첩홍매로 겹꽃을 하고 있어 화려한 매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도 와룡매가 있어 산책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챈다. 

▲ 남도의 매화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해 3월에 만개한다. 사진 속 매화는 전남 순천의 송광사 대웅전 앞에 있는 백매다. 선암사의 매화처럼 수령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단아하고 성긴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 남도의 매화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해 3월에 만개한다. 사진 속 매화는 전남 순천의 송광사 대웅전 앞에 있는 백매다. 선암사의 매화처럼 수령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단아하고 성긴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고궁에서 만나는 매화가 가장 반갑다. 장소가 주는 매력이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각과 돌담 등의 한국적 아름다움이 매화의 품격을 더 높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봄꽃들이 경쟁하듯 피는 4월 초가 되면 고궁의 꽃나무들은 말 그대로 꽃대궐을 이루게 된다. 일부로라도 시간을 내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매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대략 삼국시대로 추정할 수 있다. 《삼국사기》의 기사를 보면 고구려 대무신왕 24년 “8월, 매화가 피었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삼국유사》에는 “모랑의 집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네”라는 시구가 등장한다. 

매화가 제대로 사랑받은 시기는 조선시대인 듯하다. 사군자의 하나가 되어 조선의 사대부들은 그림과 시로 매화를 찬양하기 시작한다. 그림으로 남은 매화는 신사임당의 묵매도, 어몽룡의 월매도, 오달제의 설매도, 장승업의 홍매백매도 등이 있으며 무명화가들이 남긴 민화도 제법 많다. 어디 그림뿐이겠는가. 글로 매화를 노래한 문객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창덕궁의 매화가 한창이다. 이미 이달 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창덕궁의 매화는 성정각 자시문 앞에 자라는 홍매가 유명하다. 겹꽃인 만첩홍매다. 이 나무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가져와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줄기의 굵기를 보면 400여 년 전에 심은 나무로 보긴 힘들다고 한다. 담벼락 안쪽에 있는 이 매화는 처음 심었던 나무의 줄기가 시들고, 새롭게 뿌리에서 줄기가 돋아 자란 것이라고 한다.

창덕궁에는 또 한 그루의 홍매가 있는데 이 나무는 후원 입구 승화루 앞에 있는 홍매화다. 두 그루 모두 선조 때 명나라에서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 그루의 매화가 창덕궁에 있는데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옹주가 말년을 보낸 낙선재 앞에 있다. 이 매화는 청매로 꽃받침이 푸른빛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들 외에 창덕궁 선정전 앞에는 두 그루의 와룡매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백매, 또 하나는 홍매.

그런데 이 매화는 임진왜란 때 일본의 한 장수가 탐을 내 뽑아서 가져갔다고 한다. 일본 동북 지방의 즈이간지(瑞巖寺)라는 절에 이 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1999년 가지를 접목하여 후계목을 얻어 서울 남산 중턱에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가 앞서 말한 남산의 와룡매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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