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한TAX컨설팅센터 유병창 세무사

늘 그렇듯이 연초가 되면 새롭게 달라지는 것들이 발생한다.

필자는 세금을 업(業)으로 살아가기에 매년 말 세법이 바뀌면 그 후속조치로 연초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바뀜에 따라 매년 3월까지는 분주하다. 분주함 속에서 주목할 만한 시행규칙 변경사항이 있어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상속이나 증여가 발생했을 때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세금을 낼 재원이다. 때마침 상속인과 수증자가 현금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다.

집 가격이 싸져서, 우량 주식이 가격이 싸져서 증여하기에 딱 좋은 시기인데 수증자인 자녀나 배우자 등이 현금이 없는 경우 또는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세금 낼 현금을 마련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세법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한 번에 내지 않고 두 번으로 나눠 내거나 일정한 이자를 부담하고 담보를 제공하면서 몇 년에 걸쳐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먼저 두 번으로 나눠 내는 제도는 분납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3월 20일에 증여를 받았고 그 증여세가 2000만원인 경우, 1000만원은 당초 증여세 납부기한인 6월 30일까지 납부하고, 나머지 1000만원은 2개월 뒤인 8월 31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1000만원을 초과하면 분납이 가능한데, 상속세나 증여세가 2000만원을 초과하면 전체 세금의 50%를, 2000만원 이하면 1000만원 초과하는 금액을 두 달 이내에 납부하면 된다.

분납은 신청으로만 가능하고 이자나 담보제공을 할 필요가 없어서 간편한 제도이다.

분납으로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이 부족하다면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연부연납제도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일시에 납부하지 않고 상속세는 최대 10년, 증여세는 최대 5년 동안 나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로, 납세자에게 갑작스러운 세금부담을 이연시켜 주는 제도이다.

분납과 달리 기간이 길어 과세관청에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허가를 받아야 된다. 또 상속세나 증여세 총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만 가능하고 늦게 내는 세금에 대해 연간 이자를 더해서 납부해야 한다.

세금에 더해 납부해야 하는 연간 이자를 세법에서는 연부연납가산금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적용하는 이자율이 연 1.2%에서 올해 3월 20일부터 연 2.9%로 오르게 된다. 이자율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자율을 반영해 기획재정부에서 정하는데, 코로나 이후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금리가 올라 두 배 이상 오르게 됐다.

비록 두 배 이상 오르게 됐지만 상속이나 증여 받은 재산을 지킬 수 있고 시중 금융기관의 신용이나 담보대출이자율보다 낮아 잘 활용하면 훨씬 유익하다.

상속이나 증여 이후에 받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해 자금이 생기면 연부연납할 세금을 한꺼번에 낼 수도 있고 또 일부를 납부할 수도 있기에 연부연납제도는 납부재원 측면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연 2.9%로 바뀌기 전에 연부연납을 신청해 허가를 받은 경우도 남아있는 연부연납세금에 대해서는 바뀐 이자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편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월세 없이 보증금만을 받거나 월세와 보증금을 같이 받기도 하는데, 세법에서는 보증금 금액에 일정 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월세에 더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를 간주임대료라고 부르며 이때 적용하는 이자율이 또 연 2.9%로 변경되었으니 앞으로는 연 2.9%를 잘 기억해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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