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미만 펀드 누적 업계최다
판매 제한 규제에 해소도 적극
공모펀드·테마ETF 위축 걸림돌

2023년 3월 24일 19:28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화자산운용의 12개 펀드 상품이 무더기로 소규모펀드에 지정됐다. 기존 10개 펀드까지 합하면 자투리 펀드 수는 21개로,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RX300 헬스케어(28억원) △ARIRANG KS퀄리티가중 Total Return(41억원)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25억원) 등 펀드 원본액은 이날 기준 여전히 50억원을 밑돌고 있다.

자투리펀드로도 불리는 소규모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 원본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을 말한다.

한화운용은 소규모펀드 정리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올린 소규모펀드 해소 공시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소규모펀드가 많을 수록 운용에 효율이 떨어지고 신규 펀드 출시에도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소규모 펀드가 전체 공모추가형 펀드 상품의 5%를 넘는 경우 신규 공모펀드를 낼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소규모펀드 정리 활성화 및 신설 억제를 위한 모범규준'을 시행해 매년 연장해오다 지난해 관련법을 개정했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로 소규모펀드가 늘어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소규모 펀드는 248개에 달한다. 올해 새롭게 소규모 펀드로 지정돼 정리되지 않은 펀드는 30개 수준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30증권투자신탁',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알파플러스증권투자신탁1호'이 소규모 펀드로 지정됐다. 이 펀드들의 설정원본액은 각각 45억9100만원, 10억2900만원 수준이다.

자투리 펀드가 늘어난 건 직접투자 열풍에 밀려 공모펀드 시장 자체의 설정액이 감소한 데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는 반짝 유행이 지나며 투자자들의 관심 밖 소규모 펀드 역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말 공모펀드 순자산은 283조1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8조9000억원 감소(-9.3%)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수익률 저하와 개인 투자 열풍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규모 펀드는 규모가 축소되고 운용이 방치돼 펀드 수익률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운용사 측면에서도 소규모펀드를 정리하고 다수가 가입한 대형 펀드에 주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규모펀드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신규 펀드를 출시해 얻는 모집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정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러나 자칫 소규모 펀드로 지정될까 신규 테마를 발굴해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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