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미래 2위…한투는 3위
IB 강점 양사, 승부처는 해외

2023년 3월 28일 13: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가 2400선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3000선을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던 국내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발 후퇴했다. 이런 시기에 승리하기 위해선 축구 감독의 날카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자본 시장에서 득점 기회를 노리는 증권사의 전략을 축구 전술에 빗대 본다.

축구는 오래된 역사만큼 라이벌 경기가 많다. 전통의 대결이란 의미를 담은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간 '엘클라시코', 이탈리아 밀라노는 연고지로 하는 '밀라노 더비', 국내 리그에서는 서울과 수원이 이어온 ‘슈퍼매치’ 등이 있다.

국내 증권업계로 보면 자기자본 순위 1‧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손꼽히는 라이벌 관계다. 두 그룹은 증권과 자산운용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이라는 점은 공통점이 있지만 성장의 바탕이 된 경영 전략, 노하우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작년 시즌만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에서 선두는 놓쳤지만 라이벌 한국투자증권을 밀어내고 2위를 차지하며 체면을 지켰다. 그간 자기자본은 미래에셋증권이 높지만 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이 높은 경우가 많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두 라이벌의 힘 싸움은 최근 수년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두고 경쟁해 온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간 경쟁을 연상시킨다.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최상위권의 시장 지위와 수익 창출력을 확보한 미래에셋증권과 전통의 강자로 자본력을 갖춘 투자은행(IB)으로서 역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 간 맞대결이다.

양 사의 최대 강점은 기업금융 부문이다. 맨체스터시티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뛰어난 감독과 선수를 영입하는 식으로 강팀으로 거듭났듯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 인프라 투자, IPO(기업공개) 등 부문에서 자본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시장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속할 수 있었다. IB 분야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덕이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진행해 기존 IB1부문과 IB2부문을 총괄하던 강 부사장을 IB1사업부 대표로 변경했다. 보다 골게터 역할에 충실하란 의미로 해석된다.

한투증권 역시 기업금융 부문에서 강팀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ECM, DCM, 부동산 금융 등 IB의 전 부문에서 업계 상위권의 고른 실적을 달성해 왔다. ECM부문은 지난해 9월까지 12건의 IPO딜을 대표 주관 하고 8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실적을 보였다.

특히 정일문 대표 지휘 아래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 특징이다. 순이익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업계 1위를 달렸고, ROE 역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업황 악화에도 IB부문에 힘입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20%로 미래에셋증권 5.72% 보다 높았다.

이미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의 눈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향하고 있다. 양사 모두 화끈한 공격력을 지녔지만, 리그 밖 실적이 두 팀의 평가를 가를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양 사의 실적 희비를 가른 원인은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해외법인 성적표였다.

해외 사업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을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세전 기준 1614억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한투증권은 공시된 해외법인 실적 중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럽,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비교적 해외 법인의 수익 기여도가 미미한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창출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베트남 현지 법인에 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고 지난해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함께 설립한 'SF 크레딧파트너스'가 올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자본시장 세미나에서 금융투자업 전문가들이 해외 IB와 어깨를 나란히 할 국내 증권사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현재로서 글로벌 IB에 가장 근접한 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오랜 시간 이어온 두 라이벌간 승부를 결정지을 격전지 역시 해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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