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하나증권만 3천억 늘어
현대차·유진·하이 1천억대 증가
PF부실 공포 속 중소형 부담 ↑

국내 증권사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해 금리상승과 국내외 부동산 금융시장 위축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 위험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요주의이하자산은 전분기 보다 1조360억원 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자기자본 4조원 미만 중소형사의 부실 위험자산이 7278억원 증가하며 증가액의 70% 수준을 차지했다.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보유한 자산은 채무상환능력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총 5가지로 나뉜다. 채무상환에 위험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거나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을 요주의이하자산이라 부른다. 통상 고정이하부터 부실로 평가한다.

대형사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지난 4분기 441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3139억원이나 늘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사업이 확대 되면서 증가한 부분"이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업계 평균보다 낮아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 746억원, 한국투자증권은 384억원 증가한 반면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4개사는 오히려 감소했다. 중소형사 중에선 하이투자증권(1353억원), 유진투자증권(1045억원), 현대차증권(1020억원), DB금융투자(691억원) 등이 증가했다. 

요주의이하자산이 늘어난 데는 부동산시장 여파가 크다.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대출을 늘렸는데, 작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상승과 더불어 레고랜드 여파로 시장이 위축되며 브릿지론 만기에 본PF 전환에 실패하는 등 건전성 저하가 나타났다.

특히 업계의 우려는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를 향하고 있다. 대형사는 자기자본이 많거나 자본완충력이 높은 편이지만, 중소형사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부동산금융 인수성향 역시 중소형사가 더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내고 “고수익 추구, 제한된 자본력 활용 등으로 중소형사는 대형사 대비 부동산금융 전반에서 높은 위험인수 성향을 나타냈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중후순위 익스포져 비중이 전반적으로 크고, 브릿지론의 비중도 상당한 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작년 증시 하락 여파와 금리 등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는데, 부실 자산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론 만기에 부동산PF 전환에 실패해, 상당수의 브릿지론 차환 시 3개월 내지 6개월 만기를 연장하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당분간 차환이나 충당금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48개 국내 증권사 평균 비율을 보면 1.2%포인트 상승한 2.8%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5%를 넘는 증권사는 유화증권(29.1%), DS투자증권(11%), 코리아에셋증권(8.8%), 유진투자증권(7.7%) 등이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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