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경쟁서 타 금융사에 밀려
연말 이탈한 금액만 4조 이상

2023년 3월 30일 1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자산이 3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금리경쟁에서 밀리며 자금이탈이 발생했다.

3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누적 지급보험금은 6조941억원을 기록했다. 만기 도래나 해지 등으로 1년새 수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2조4393억원으로 빠져나간 돈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계약자적립금은 6조1903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6027억원) 대비 3조원 이상 쪼그라든 상태다.

업계는 롯데손보의 퇴직연금서 대규모 머니무브가 발생한 이유로 지난해 말 금리경쟁을 꼽는다. 다른 금융사보다 높은 이자를 제시하지 못하며 퇴직연금 자산을 뺏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해 12월에만 전체 퇴직연금 지급보험금의 70%인 4조2448억원이 빠져나갔다.

통상 12월은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사에 중요한 시기다. 대부분의 기업계약과 DB형 퇴직연금에서 만기가 도래해서다. 금리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기에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가 제시한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금리는 5.15%로 타 보험사(메리츠화재 5.8%, 푸본현대생명 6.6% 등)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사(다올투자증권 8.50%, 키움증권 7.40%, SK증권 7.40% 등)들과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차이가 있었다.

롯데손보는 역마진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금리를 제시하게 되면 향후 수익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손보의 투자이익률은 2.5%로 업계 평균(3.35%)보다 낮았다.

한 퇴직연금사업자 관계자는 “보유한 자산규모를 떠나 자산운용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역마진 우려 때문에 고금리를 제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메리츠화재 등 신규주자가 대규모 물량을 확보한 것도 높은 운용자산이익률에 기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9조원으로 이 가운데 롯데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은 2조8430억원(30.8%)에 달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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