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사 합해봐야 6배 이상 높아
후발로 부동산 뛰어든 중소사,
PF 헛디디며 양극화만 심화돼

2023년 3월 30일 17:08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후발주자로 부동산금융에 뛰어들어 기업금융(IB) 의존도를 높인 중소형사의 실적이 충당금 등으로 되려 크게 뒷걸음친 모습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금융 관련 우발채무에 따른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 역시 중소형사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4조 이상 대형 증권사 9곳의 당기순이익은 3조5289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4469억원) 대비 45.3%(2조918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48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86% 수준이다. 지난해 9개 대형사가 벌어들인 돈이 나머지 39개 증권사의 순익을 합한 것보다도 6배 이상 더 많았다는 얘기다.

자기자본 기준 4조원 미만 중소형사의 순익 비중은 지난 2019년부터 23.2%, 26.9%, 23.7% 수준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4.0%로 급격히 축소됐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소형사는 4.4%에 그쳤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줄어든 원인은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IB 부문 실적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대형사는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덕에 중소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로커리지, 자산관리부문 등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어 IB 실적 감소에 따른 이익감소 영향이 덜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뒤늦게 IB 영업 확대를 위해 지난 2020년을 전후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후발주자로 수익 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부동산금융과 같은 특정 IB 사업으로의 쏠림도 심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레고랜드 여파로 부동상금융이 본격적으로 위축되며, PF유동화증권 시장 변동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여파로 IB부문에서 신규 딜 수임이 줄고 채무보증 수수료 역마진과 함께 거액의 충당금 설정 등 건전성뿐 아니라 수익성 관리에도 부담이 커졌다.

이렇다 보니 작년 촉발된 부동산PF 위기가 증권사간 양극화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고 보유 물건 또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높아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많으면 보다 여러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보니 양극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브릿지론, 부동산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형사의 체력이 드러나며 속도가 앞당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내고 “향후 시장환경 회복이 불투명함에 따라 사업포트폴리오 구조상 차이가 있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면서 “특정 수익원을 쫓는 사업형태가 아닌 강점을 바탕으로 한 특화 사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액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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