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열매 기름 짜 사용, 동백이라 불러
산수유와 유사, 생강나무꽃은 작은 공 모양

▲ 생강나무는 이른 봄에 복수초가 땅을 뚫고 나올 때 같이 핀다. 봄꽃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강꽃이 피면 들에 있는 산수유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꽃모양은 산수유와 달리 꽃자루가 짧고 둥근 공모양을 하고 있다. 봄에 맡는 생강나무꽃향은 꿀이 듬뿍 묻어 있는 느낌이다. 사진은 전남 순천의 조계산에서 만난 생강나무꽃이다.
▲ 생강나무는 이른 봄에 복수초가 땅을 뚫고 나올 때 같이 핀다. 봄꽃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강꽃이 피면 들에 있는 산수유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꽃모양은 산수유와 달리 꽃자루가 짧고 둥근 공모양을 하고 있다. 봄에 맡는 생강나무꽃향은 꿀이 듬뿍 묻어 있는 느낌이다. 사진은 전남 순천의 조계산에서 만난 생강나무꽃이다.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결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남자 주인공이 산에서 나무를 해 내려오다 점순이가 부는 호드기(버들피리) 소리에 멈춰 선다. 점순이가 호드기를 부는 곳은 동백꽃이 소보록하게 깔려 있는 산기슭의 바위틈이다. 그러다 점순이가 주인공을 노란 동백꽃 속으로 떠미는데 인용된 문장이 바로 그 순간이다. 알싸하고 향긋한 동백꽃 향기가 주인공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동백꽃은 붉은색이다. 여수 오동도가 됐든 고창 선운사가 됐든 동백꽃은 붉은색이다. 간혹 하얀색 혹은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여 있는 동백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김유정은 소설 속에서 노란동백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유정이 착각한 것도 아니다. 그의 고향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생강나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녹나무과의 낙엽관목이다. 높이는 다 자라면 3~6m정도다. 가을엔 노란색의 단풍이 든다. 봄에 피는 꽃 중에 이르게 핀다. 빠르게 핀다는 산수유보다도 앞서 핀다. 열매는 10월경에 검게 익는다. 

▲ 벚꽃이 흐드러질 때쯤 되면 산수유도 저물어간다. 산수유는 중국이 원산지여서 마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언뜻보면 생강나무와 혼동될 정도로 두 나무는 꽃의 생김이 유사하다. 차이는 산수유가 꽃자루가 길고 꽃잎이 4장이라는 점이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산수유다.
▲ 벚꽃이 흐드러질 때쯤 되면 산수유도 저물어간다. 산수유는 중국이 원산지여서 마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언뜻보면 생강나무와 혼동될 정도로 두 나무는 꽃의 생김이 유사하다. 차이는 산수유가 꽃자루가 길고 꽃잎이 4장이라는 점이다. 사진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산수유다.

언뜻 보면 생강나무꽃은 ‘산수유’를 닮았다. 하지만 다르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꽃을 만난 지역이 마을 근처면 산수유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산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나무라면 그것은 생강나무다. 산수유는 중국이 원산지여서 한반도에 들어와 퍼지는 과정에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배종으로 확산된 것이기 때문에 마을 근처에 식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강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그러니 숲이나 산속에서 만난 나무는 자생종 생강나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꽃으로 보면 어떨까.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피기 때문에 두 나무의 꽃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고 꽃잎은 4장, 생강나무는 꽃자루가 짧고 꽃받침이 6장이다. 김유정이 말한 노란동백꽃은 그래서 작은 공처럼 보인다.
 
이것으로도 구분할 수 없다면 나무줄기와 가지의 껍질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수유는 나무의 표피가 매우 거칠지만 생강나무는 대조적으로 매끈하다. 그래서 꽃이 피는 계절이라면 표피의 모습으로 확실하게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

깊은 산길을 걷다 노란꽃나무를 만났다면 먼저 그 향기를 맡아보자. 김유정의 표현처럼 땅이 꺼질듯이 아찔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진한 꿀향. 꿀을 듬뿍 꽃에 묻혀 놓은 듯한 향기다. 그래서 이 꽃을 따다 차로 우려 마시기도 한다.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짙은 생강향이 난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생강나무다. 

그렇다면 왜 강원도에선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유는 동백기름처럼 생강나무 열매를 짜서 기름을 냈기 때문이다. 동백이 없는 동네에서 동백과 같은 기름을 얻어 사용했으니 그리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소설에서만 노란동백꽃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요 〈정선아리랑〉에는 “아루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올동박’이 노란동백꽃이다. 그리고 〈강원도아리랑〉의 첫 두 구절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마라”라는 가사의 아주까리 동백도 생강나무라는 말도 있다. 대중가요인 〈소양강처녀〉의 2절 노랫말에도 동백이 나온다.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이처럼 강원도에선 생강나무꽃을 동백으로 표현해왔다.

4월이 되면 생강나무는 꽃이 떨어지고 잎을 어긋나게 피기 시작한다. 산수유는 아직 남아 있지만, 꿀향 가득한 생강나무꽃은 내년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