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남, 50대)는 거주지에서 사망한 채 6일 정도 후 발견됐다. 시체검안의는 망인의 목 뒷부분 피부에 주사침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뽑아 검사하는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세침 흡인 검사’를 시행한 후 시체검안서에 ‘직접 사인: 급성 뇌출혈, 사망의 종류: 병사’로 기재했다.

이씨는 보험기간 중 뇌출혈로 진단 확정된 경우 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이에 망인의 유족은 보험사에 뇌출혈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시체검안서에 의한 뇌출혈 진단확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씨가 가입한 보험의 약관에서는 “진단은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뇌 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scam), 자기공명영상법(MRI), 뇌혈관조영술, 양전자방출단층술(PET), 단일광자방출 전산화 단층술(SPECT),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상기 검사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는 경우에는 ① 보험기간 중 뇌졸중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는 경우 ②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뇌졸중으로 확정되거나 추정되는 경우에 진단확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쟁점은 시체검안서에 의한 뇌출혈 진단확정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지방법원의 올해 2월 14일 선고 2021가단257186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부검감정서’에 의한 뇌출혈 및 뇌졸중의 확정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부검은 변사 등의 경우에 한하여 실시되는 것이고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부검은 허용되지 않는바, 위 약관조항을 뇌출혈 및 뇌졸중의 진단확정을 ‘부검감정서’에 의해서만 하도록 정한 것으로 보게 되면 생전에 뇌출혈 등으로 치료받은 적이 없는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에는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변사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여부가 달라지게 되어 불합리하다.“

“따라서 위 약관조항은 ‘부검감정서’ 및 이에 준하는 자료로도 뇌출혈 및 뇌졸중의 진단확정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전문의가 작성한 시체검안서도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여기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판결례는 생전에 해당 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없는 피보험자가 급성뇌출혈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에도 시체검안서에 의한 진단확정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진료를 받던 환자가 치료 중 사망했다면 사망 여부에 대한 의사의 판단(진단)이 바로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사망진단서를 발행한다.

반면 심정지 후 후송돼 온 사체를 보고 사망의 원인을 추정하는 경우에는 시체검안서가 발행된다. 시체검안서는 사망의 원인을 바로 판단할 수 없고 추정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보험약관에는 진단추정이 아닌 진단확정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사망원인의 추정에는 고도의 개연성이 요구된다. 즉 ‘진단추정+고도의 개연성 = 진단확정’이라는 요건에 부합해야 시체검안서는 비로소 진단확정으로 인정되는 기록 내지 증거에 해당한다.

고도의 개연성은 ‘뇌출혈 여부를 진단함에 있어서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검사’가 적정한 것인가에 달려있다. 망인에 대한 검안 당시 시행된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세침 흡인 검사는 상세 불명의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뇌척수액을 오염되지 않게 채취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시행된다.

위 검사는 뇌실질내 뇌실에 차있는 뇌척수액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방법이다. 위 사안에서 망인은 가벼운 정도의 부패 변성이 형성된 상태였다. 이 경우 시신이 중등도 내지 고도로 부패된 상태와 달리 뇌실질의 기본 형태와 구조는 와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뇌출혈 소견도 잘 관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세침 흡인 검사를 하게 되면 뇌척수액에 뚜렷한 출혈 소견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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