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유가증권 규모 전년비 18조↓
환헤지 비용 증가에…“국내채권이 낫다”

2023년 04월 06일 1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 자산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80조원 대까지 떨어진 건 지난 201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3개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보유 금액(일반계정 기준)은 총 85조7070억원으로 전년(103조6140억원) 말 대비 18조원이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대형 3사(삼성·한화·교보)의 해외투자 자산 규모도 급락했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말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14조1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원 가량 축소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3조원 가까이 줄어든 18조2414억원, 14조740억원으로 집계됐다.

23개 생보사의 전체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21년 말 기준 13.25%에서 지난해 말 11.63%까지 낮아졌다.

일례로 한화생명의 지난해 말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 비율은 23.19%로 전년보다 3.73%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 교보생명은 각각 4.78%포인트, 0.14%포인트 줄었다. 

보험사들은 운용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해외투자에 나선다. 그러나 지난해 급격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투자가 국내투자에 비해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따른 환위험 관리 비용의 증가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보험사가 해외채권을 매입하면 보유하는 기간 동안 채권 가격에 대해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변동하는 환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외환시장에서 파생상품인 통화선도 또는 통화스왑(swap) 계약을 체결한다. 

환율을 고정하는 방법으로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이를 환헤지라고 부른다. 환율이 요동칠수록 환헤지 비용은 증가해 수익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같은 경우 환헤지 시 많게는 수익률이 2%포인트 하락했다”며 “요새는 좀 진정됐지만 잘해도 0.5%포인트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국내 채권 수익률이 해외 채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통상 보험사들은 보유한 해외채권과 환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의 만기를 매칭한다.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액의 일부를 요구자본으로 쌓아야 해 부담이 큰 탓이다. 

그러나 보험사가 채권만큼 만기가 긴 파생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다수의 보험사들은 1~2년 만기의 파생상품을 활용하는데,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환헤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손까지 확대됐다. 생보사 해외유가증권은 대부분 채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영향을 받는 매도가능채권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말 1.3~1.7%대를 유지하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3~4% 선을 유지하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때는 환헤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달러 표시 채권을 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해외 투자를 늘렸지만, 현재 금리나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화 유가증권을 줄이는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수교 기자 hongsalami@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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