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TF 발족해 산정기준 살피자
메리츠 이틀새 0.3→0.6% 적용 결정
하나·키움도 검토…이자손익도 타격

증권사들이 잇따라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고 있다. '이자 장사' 비판 기조를 견지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금액이나 주식을 매도하고 인출하지 않은 돈이다. 증권사는 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받은 이자 수익금에서 인건비, 전산비 등을 뺀 뒤 투자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한다.

가령 투자자가 증권사에 계좌에 100만원을 뒀다면 0.6%인 6000원에서 15.4%의 세금을 뺀 5100원 가량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이자다. 쉽게 말해 이용료율이 높아지면 투자자가 예치한 금액에 대한 이자도 늘어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오는 5월 15일부터 50만원 이상의 예탁금에 대한 이용료율을 기존 0.3%에서 0.3%포인트 올려 0.6%를 적용하기로 했다. 평균잔고 50만원 미만은 0.2%포인트 인상한 0.3%로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이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을 공지한 건 지난달 28일 '예탁금이용료율 관행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첫 회의를 가진 지 이틀 만이다. 금감원이 증권사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비판하자 금융투자협회는 8개 증권사와 이용료율 산정기준과 비교공시를 정비하고 있다.

이달 하이투자증권과 부국증권도 예탁금 이용료율을 상향 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0일부터 50만원 이상에 대한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0.2%에서 0.4%로 상향 적용했다. 부국증권도 마찬가지로 이용료율을 올려 오는 17일부터 시행한다.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행렬에 동참할 증권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이 0.25%로 다른 대형사와 비교해 낮게 책정된 하나증권과 키움증권도 내부적으로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예탁금 이용료는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요율이 낮게 책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25%에서 올해 1월 3.50%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증권금융의 신탁운용 수익률도 3%대로 상승했지만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예탁금 이용료율을 1% 이상 지급하는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1.05%), KB증권(1.03%), 토스증권(1.0%) 등 일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월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30만원 이하의 예탁금에 대해 연 5%, 3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 예탁금에 2.5%의 이용료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의 이자 손익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48곳 증권사에서 투자자에게 지급한 예탁금 이용료는 2578억원이다. 요율 변경에 따라 이 비용은 더 불어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산정기준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예탁금 이용료를 높이는 건 결국 증권사의 선택"이라며 "현재로선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는 건 결국 증권사가 남길 수익을 포기하고 투자자에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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