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도 품종 찾아서 전통주 재현하는 김광영 대표
‘서울 100리’ 탁약주와 소줏고리 증류한 소주 판매

▲ 양수리양조장의 김광영 대표는 토종쌀로 전통주 고문헌에 나오는 ‘사시주’를 상업적으로 재현했다. 사진은 소줏고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대표다.(사진=양수리양조장)
▲ 양수리양조장의 김광영 대표는 토종쌀로 전통주 고문헌에 나오는 ‘사시주’를 상업적으로 재현했다. 사진은 소줏고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대표다.(사진=양수리양조장)

2023년 04월 16일 17: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양주 방식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들이 늘면서 고문헌에 실려 있는 술 이름을 볼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고조리서에 올라와 있는 술 중에 쌀 이름까지 명시된 주방문을 쌀까지 구해가며 재현한 양조인이 있다. 경기도 양평의 ‘양수리양조장’ 김광영 대표가 주인공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던 김 대표는 2015년 귀촌을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8년가량을 한국전통주연구소 등 다섯 곳의 우리 술 교육기관에서 전통주를 배워왔다. 그리고 지난해 양평 양수리에 토종벼와 그 쌀을 이용한 술을 빚기 위해 양조장을 만들었다. 그는 앞서 말했듯이 고조리서에 나온 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벼 품종도 맞춤으로 선택해 술을 빚고 있다.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벼 품종은 ‘자광도’라는 토종벼다. 우리말로는 ‘밀다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1911~12년 이태 동안 전국 13개도 340여 시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서 경기 김포를 포함해 7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벼 품종이다.  

이 품종에 대한 이력은 문헌적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김포에서 7대에 걸쳐 자광도 농사를 지어온 농부 권유옥 씨의 구술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약 250년 전 조선 인조 시절, 사신으로 중국에 갔던 사람 중에 길림성 남쪽에서 이 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맛이 좋아 가져온 이 밭벼는 당시 한강 하구 통진의 ‘밀다리’ 지역에 농사져 진상미로도 바쳐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벼 품종으로 빚었던 술은 무엇일까. 술 이름은 ‘사시주(四時酒)’다. 여름은 발효와 숙성 온도를 관리하기 힘들어 전통주는 보통 봄가을과 겨울에 빚는다. 그런데 이 술은 사시사철 빚을 수 있는 술이다. 여름에도 술을 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술의 수요는 사철 발생한다. 급하게 술이 필요한 시절은 물론, 언제 빚어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술의 주방문은 6개 정도의 고조리서에 등장하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과 《음식디미방》, 《리생원책보주방문》, 《양주방》, 《음식절조》 등이다. 

이 조리서 중에 쌀의 이름까지 명시해서 사시주의 제조법이 적혀 있는 책은 딱 한 권 있다. 82가지의 술 제조법이 담겨 있는 《리생원책보주방문》이다. 술을 빚는 법이 《양주방》의 내용과 흡사하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규장각에 보관 중인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시주 주방문에 ‘밀다리’라는 쌀과 ‘되오려(융조/융조도)’라는 품종이 등장한다. 주방문은 죽과 고두밥 이양주로 만드는데 글 말미에 “밀다리나 되오려나 좋은 쌀로 하나니라”고 적고 있다. 이처럼 술 만드는 주방문에 쌀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김 대표는 사시주 복원을 계획하며 밀다리(자광도)와 되오려 등을 찾아 나섰는데, 되오려는 임원경제지 이후 문헌에 등장하지 않고 심지어 일제가 정리한 《조선도품종일람》에도 나오지 않아서 구할 수 있는 밀다리 품종으로만 복원에 나섰다. 밑술은 죽으로 빚는 멥쌀인데 이것은 자광도를 사용했다. 여기에 덧술 고두밥은 찹쌀을 써야 해서 1992년 진부찰과 자광도를 인공교배해서 만든 자광찰을 사용했다. 

▲ 경기도 양평에 있는 양수리양조장에서는 3종류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서울100리’라는 레이블에 막걸리(10%)와 약주(15%), 그리고 증류소주(40%)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양수리양조장)
▲ 경기도 양평에 있는 양수리양조장에서는 3종류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서울100리’라는 레이블에 막걸리(10%)와 약주(15%), 그리고 증류소주(40%)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양수리양조장)

김광영 대표의 양수리양조장에서 만들고 있는 술 이름은 ‘서울 100리’다. 알코올도수 10%의 막걸리와 15%의 약주, 그리고 소줏고리로 내리고 있는 40% 소주다. 모두 ‘서울 100리’라는 브랜드로 나간다. 막걸리와 약주는 산미와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김 대표 토종벼의 비교 관능평가를 위해 추청 품종으로 빚은 사시주도 담아 두고 있다. 자광도 술맛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한편 김 대표는 소주를 내는 양조장들이 모두 동증류기를 이용하는데, 자신은 소줏고리로 내리겠다고 말한다. 증류소주에 관심을 가진 엠지세대들에게 소줏고리로도 맛있는 증류소주를 맛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란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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