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토종벼농부대회’서 16종 시음회
우보주책 등 군내 3개 양조장 토종쌀 제품 준비

▲ 토종벼를 전국에 알리고 있는 이근이 농부가 4월18일 토종벼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막걸리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 토종벼를 전국에 알리고 있는 이근이 농부가 4월18일 토종벼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막걸리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토종’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농부의 손에 길들여져 그 지역의 기후풍토에 적응해 고정된 선조들의 유산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이 땅에 살아남아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배되는 토종쌀은 거의 없다.

일부 농부들이 국립종자원에 보관된 토종벼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지만, 수확량은 미미하다. 우보농장의 이근이 농부는 지난해 토종쌀 생산량은 40t(톤) 정도로 전체 쌀 생산량의 0.00001%라고 말한다. 전체 쌀 생산량은 376만t이니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이렇게 귀한 토종쌀로 빚은 16종의 막걸리를 최근 시음했다. 토종쌀의 가능성을 묻는 심포지엄 ‘2023 전국토종벼농부대회’(지난 4월18일)를 마치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막걸리시음회에 참가한 덕분이다.

맛을 비교할 수 있도록 모든 술은 단양주로 빚어졌고, 술을 빚은 사람에 따라 누룩과 물의 양을 달리했으나 벼의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잘 빚은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의 경우는 당장 상업화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맛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드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개량종 쌀로 빚은 막걸리들은 맛의 차이가 있을까.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사실 그동안 시음한 막걸리들은 쌀에서 오는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쌀의 특징을 살리기보다 양조자의 제조법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량종의 원류를 찾아가다 보면 거의 한 뿌리로 모인다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민들이 재배하는 개량종 품종 중에 일품과 청무, 삼백 등 20여 품종은 일본에서 육종된 고시히카리에서 출발한 품종들이다. 또한 삼광처럼 국내에서 육종된 쌀도 원류를 찾아가면 일본 육종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 맛이 거의 유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하지만 토종쌀은 육종을 통해 만들어진 쌀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분화돼 만들어진 품종이다. 따라서 유전적 다양성이 쌀의 질과 맛에도 고스란히 남게 된다. 이것이 토종쌀과 개량종 쌀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1~12년 실시된 토지조사에서 1451개의 토종벼 품종을 확인한 일본은 이 품종들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벼를 한반도에 심게 했고, 그 결과 1940년이 되면 전국 농토의 91%에 일본이 육종한 벼가 재배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벼들이 최근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농장에서는 올해로 3년째 토종벼가 경작되고 있다. 올해는 2만4천평의 논에 25종의 토종벼를 심을 예정이다. 이곳의 벼들은 고양시에서 우보농장을 운영하는 이근이 대표가 양평군의 농부들과 같이 진행하는 토종벼 재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양평에서 토종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근이 대표는 밥과 떡에 머물러 있던 소비처를 막걸리 등으로 옮기는 일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토종벼 심포지엄의 제목도 ‘토종쌀과 막걸리’로 정해 토종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 전국에서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부들과 토종쌀로 빚은 막걸리에 관심을 가진 양조장 대표들이 토종벼대회에 참석해서 토종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 전국에서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부들과 토종쌀로 빚은 막걸리에 관심을 가진 양조장 대표들이 토종벼대회에 참석해서 토종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행사후 시음회에 등장한 토종쌀 먹걸리는 흰베, 아롱벼, 자광도, 북흑조, 한양조, 귀도, 천주도, 녹두도, 보리벼 등 15종 정도다. 이 시음주는 우보농장과 함께 토종벼 재배 활동을 벌여온 주모들이 빚었으며, 향후 양평군 용문역 인근에 자리한 ‘우보주책양조장’을 통해 상업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 양평군으로 양조장을 이전한 C막걸리의 최영은 대표도 5종의 토종벼로 시험양조한 술들을 내놓았다. 앞서 설명한 술은 단양주였지만, C막걸리의 술은 이양주로 같은 조건에서 만든 술들이다. 

최 대표는 밑술에 백팔미로 고두밥을 짓고 덧술에서 북흑조, 멧돼지찰, 한양조, 귀도, 백팔미 등을 각각 고두밥을 지어 술을 빚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최 대표가 확인한 맛과 향기의 특징은 북흑조의 경우 견과류, 한양조에서는 베리류, 백팔미는 고소한 빵의 풍미, 그리고 귀도는 여름과실의 향이었다고 한다.

이런 특징을 살려 양조를 한다면 토종쌀은 품종을 통해 새로운 맛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최 대표는 자신이 시험양조과정에서 만난 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상품으로도 연결할 계획이란다. 

한편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토종쌀에 관심을 갖는 양조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양평에서 준비중인 ‘우보주책양조장’과 ‘양수리양조장’, 그리고 ‘C막걸리’가 합류하면 양평은 토종쌀막걸리의 메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른 지역 양조장 대표들도 토종쌀에 많은 관심을 표한 만큼 토종쌀막걸리가 우리 술의 범주로 자리잡을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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