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 연구위원 / 전 국회정책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지역중소기업 혁신성장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주재의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지역주력산업 개편 및 육성방향’과 연계한 향후 5년간 정부의 지역중소기업 육성 방향을 제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 지방소멸 위기 등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2027년까지 지역성장을 주도하는 대표기업 300개 육성, 정부(지방중기청), 지자체, 지역 혁신기관이 참여하는 ‘원팀 지역혁신네트워크. 구축 등을 정책목적으로 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지역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실천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14개 비수도권 지역의 주축산업 분야 기업의 성장단계를 잠재-예비-선도기업으로 구분, 지역 주도로 단계별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성장전략에 맞는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2027년까지 주축산업 분야에서는 280개의 선도기업을 육성‧지원하고 단일 지역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수소, 반도체 등 미래 신산업 분야는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초광역권 선도기업’ 20개를 선정‧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고유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한 맞춤형 창업‧성장 생태계도 구축한다, 가령, 인천 송도의 ‘K-바이오랩 허브’ 사례와 같은 ‘지역특화 창업‧벤처 밸리’ 조성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고 ‘중소기업 인재대학’ 지정, ‘네트워크론’ 도입, 글로벌 공급망 진출 지원, 규제자유특구 제도 고도화, 글로벌혁신특구 조성도 주요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지역중소기업의 위기관리체계도 고도화, 현재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위기지원센터를 2027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 농공단지, 지역특구 등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지역의 특화자원을 활용한 특화상품 개발지원, 지방소멸대응기금과의 연계 지원을 통해 지역소멸 위기지역 중소기업의 활력 제고 등도 추진한다. 정부, 지자체, 지역 혁신기관이 참여하는 ‘원팀 지역혁신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방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고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성공의 열쇠는 지역경제의 기초가 되는 지역중소기업의 혁신성장에 있다”고 정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역중소기업이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지방시대’를 목표로 지역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자생적 선순환 경제 구조가 먼저   

그런데, 이번 정부의 지역중소기업 혁신성장 촉진 방안도 기대는 크지 않다. 여전히 지역의 중소기업은 중앙집권적이고 중앙예속적인 예산배분 구조에 고착된 국가경제 주도적 모델의 사각지대, 변방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주도적인 경제활성화 시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 시책을 실천하기는 더 어렵다. 여전히 ‘지역경제를 살리고 싶어도 잘 살릴 수 없는’ 악순환의 구조악이 지역경제 생태계의 발목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자치제 도입과 지방화 진전에 따라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지역주의라’는 용어마저 이미 등장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수사처럼 지역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어 ‘지역적인 것’을 발굴, 개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경제와 기업이 잘 되면 지역경제도 같이 잘 되는 일종의 ‘낙수 효과(Trickle Down)’ 구조, 국가의 중앙정부에 예산이나 사업전략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 심화, 팽배하고 만연된 지역이기주의 풍토 속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여전히 쉽지 않은 해묵은 과제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역에서 준비하고 선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연관기업의 성장과 지역고용 창출, 그리고 지역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는 자생적 성장구조와 기반을 지역에서 갖추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지역은 지역성장의 동력인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특히 청년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의 활력이 날로 저하되는 현실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지역의 영세 자영업자, 소기업들이 매출감소로 도산위기에 처한 한계기업도 속출하는 등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에서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중앙정부의 어떠한 정책, 예산 등 백약도 무효가 될 우려가 크다. 

지역경제의 주체는 지자체와 지역주민 

국가에서,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정책, 예산 투자 등으로 지역에 물을 주고 씨를 뿌린다한들, 인력도, 자본도, 행정력도 부족한 지역이라는 사막에서는 싹이 트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자율적으로, 창의적으로 경제 활성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때, 지역경제는 말그대로 지역단위의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지원보다는, 지역경제에 일차적이고 최종적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지자체장은 지역경제의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수행할 자세와 역량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자체(장)는 지역이 갖고 있는 가용자원과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이나 타 지역과 차별화되고 지역의 고유성과 잠재력에 특화된 지역발전 혁신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전략에 지역경제의 주인이자 주체인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유기적으로, 화학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십 수년 전, 지역공동체사업의 책임주체로서 지역주민들의 주도하는 ‘마을기업’의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산재한 각종 특화자원(향토․문화․자연자원 등)을 활용, 주민주도의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수많은 마을기업이 전국 지역마다, 마을마다 세워졌다. 

이제 ‘마을기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적기다. 양적인 진화에서 질적인 진화로, 경제적인 진보에서 사회적인 진보로 그 지평과 가치도 더 확장하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마을과 마을을 넘어 마을과 지역, 지역과 지역을 협동과 연대의 힘으로 상호호혜적으로 잇고 엮고 묶는 이른바 ‘지역사회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세우고 꾸리는 ‘지역사회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설사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지도가 없어도, 지역경제와 지역주민은 지역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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