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 연구위원 / 기술경영학 박사

알약처럼 생긴 캡슐내시경의 상용화, 인공 장기의 발달, DNA를 활용한 질병 치료 등을 통해 인간의 수명은 120세까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보험 상품 또한 120세 만기 보장 상품이 일반화된다. 소비자들은 장기 또는 신체 교체 수술 보장 상품을 주의 깊게 비교한다.

휴머노이드(numanoid,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는 보험뿐만 아니라 예·대 상품과 같은 단순한 금융 상담부터 맞춤형 자산관리, 복잡한 투자 상품까지 고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추천한다. 금융기관들은 가상공간에 개설되어 있는 점포에서 고객 응대를 하고 챗GPT를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정보와 시각 자료로 제공한다. 

이 시나리오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20년 후의 미래를 금융산업에 적용한 모습이다. 일부는 이미 시작단계로 산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의 전반적인 것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도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현재

가상공간, 가상화폐와 NFT 등은 지난해까지 전 세계의 주요 이슈였다. 팬더믹 시대로 인해 대체공간이 필요해지면서 가상화폐와 NFT 역시 동반 성장하였다. 가상화폐는 가치 저장을 위한 안전성의 문제, 제도의 미비, 시세 조작과 같은 위법적 행위 등으로 인해 많은 논란과 이슈를 낳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코인들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 물론 빈번하게 발생되는 해킹사고와 일부 코인의 상장폐지, 가상화폐의 제도화 등 가상화폐가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상화폐는 주요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과 유럽의 크레딧스위스 은행의 파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고 주요 기업들은 가상화폐를 신규 사업으로 편입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은 기업들은 디지털 은행업을 목표로 기존 사업에 금융거래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하였으며 신한은행도 지난해 일부 법인에게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가상계좌를 열어주었다. 

NFT(대체불가토큰) 또한 산업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한 형태로 가치를 저장하고 있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게임 아이템, 값비싼 와인 라벨, 저작권 등 현재 NFT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야는 예술 분야 외에도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일부 기업들은 NFT 거래를 지원하면서 가상화폐를 수수료로 제공하기에 가상화폐 시장이 NFT의 거래와 호환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디지털 자본시장의 가치를 인지한 스타벅스,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NFT를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진출하였다. 현재 아마존은 의류회사와 연계하여 의류의 디지털 이미지를 담은 NFT 구매 시 실제 상품을 배송해주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NFT에 관한 국내 동향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여 NF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디지털 산업과 동반 성장하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를 위해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신설하여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가상자산법 마련’ 및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 도입’ 등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의 무한 경쟁 체제 돌입과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

이렇듯 금융 분야가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융합하다 보니 금융산업의 경쟁 상대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핀테크 등 금융 분야에서도 신기술을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여러 분야로 적용되면서 변화가 빨라지고 새로운 경영 환경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수명주기의 이론처럼 이미 몸집이 커진 전통적인 금융업은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가상자산은 코인원, 코빗, 업비트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은행은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형태로 보조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예•적금, 대출과 같은 은행업의 기본적인 기능은 카카오뱅크나 토스, 케이뱅크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진출하여 금리와 빅데이터 정보 등으로 경쟁하고 있다. 더욱이 보험사나 증권사도 일부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은행의 경쟁자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은행은 ‘예대 금리차 공시’, ‘대환대출 및 예금 비교추천 플랫폼을 통한 기존 금융사 간 경쟁 강화 방안’ 등 소비자를 위한 정보 제공이 의무화되면서 기존의 독과점 체제가 허물어져 가고 무한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도 있다.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을 완화하면서 은행도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KB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으며,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하였고 하나은행은 미술품 자문과 구매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업 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자산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자체 디지털 화폐와 NFT를 만들어 디지털 자산 서비스에 활용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금융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자산들이 변하면서 소비자는 자산의 증식을 위해 철저하게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다. 소비자의 금융 활동과 투자 행위는 현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자산 범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앞으로 시중 금융기관들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을 주도하는 기술의 발달이 자산의 영역을 재편하면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전략을 기획해야 하며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혁신하여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고객에 대해 연구하고 서비스 혁신을 통해 가치를 키워나가는 금융기관만이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중은행들도 정부의 제도 개편에 힘입어 신사업 개발을 철저히 준비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의 변화 안에 신사업 아이템이 있으며 이를 발굴하여 성장해야만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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