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중 하나경영연구소 하나은행 선임연구원

2023년 상반기 세계경제는 지정학적 갈등 지속,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통화긴축의 후유증, 정책 운용수단 제한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글로벌 경기 둔화 폭을 일부 완화시킬 전망이나 내수 중심의 경기 부양책이 진행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내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 건설 및 설비투자 부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등이 성장률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며 전망 하향 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에너지 도입단가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13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점 또한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특히 글로벌 차원의 리오프닝 효과 소멸 속에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계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수요 부진 등이 지속되며 수출 환경이 상당 기간 개선되기 어려운 점은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미 지방은행 파산 영향은 제한적

3월중 미국의 몇몇 지방은행 파산과 크레딧스위스(CS) 은행의 합병, 도이체방크 및 찰스 슈왑 부실 우려 등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시장은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며 경기침체 리스크가 급등하고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지방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파산사태는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성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일단 안정을 찾아가며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이번 미국 지방은행 파산사태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부실자산의 손실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고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과 자산·부채 만기구조 문제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부 지방은행의 파산이 대형은행들에게 전이되거나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통화긴축 일단락 기대…채권시장 온기 확산

글로벌 통화정책은 금년에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차원의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물가는 점차 상승세가 둔화되겠지만 서비스 가격의 하방경직성가 OPEC+의 감산 등을 고려할 때 2분기 이후 본격적인 하락을 기대하는 시장 전망과는 달리 다소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연준위원들의 기준금리 점도표를 감안할 때(최종금리 5.0~5.25%) 5월 추가 1회 인상을 단행한 이후 연말까지 동결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ECB 또한 3월 물가가 6%대에 진입하는 등 하락 기조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고물가에 대응해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 등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국내 통화정책은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에서 경기와 금융안정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가계를 비롯한 민간부문의 부채가 과도하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며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긴축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단기간내 진행된 대규모 긴축으로 인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내 급격한 가격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한계기업 및 차주 부실화를 초래하며 금융 리스크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 또한 통화정책 운신 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장기침체 우려

작년 하반기 이후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주택시장은 정부가 세제 완화, 규제지역 해제, 중도금 대출규제 완화 등 주택시장 관련 규제를 단기간내 대폭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내 분위기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고평가에 대한 부담, 입주물량 확대 및 수요 부진으로 전세가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대내외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은 금년 중 하락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초저금리 환경 하에 급증한 PF 등 부동산 금융의 부실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데다 문제 해결까지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단기간내 부동산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보다는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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