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연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 / 2022~2023년 연합인포맥스 경제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달러-원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연초 1270원대에서 4월 현재 1330원대까지 올랐고 원화는 미 달러에 비해 4% 이상 절하됐다.
 
문제는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달러-원 환율 상승이 미 달러 강세로 인해 글로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상반기 중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초 이후 미 달러인덱스는 주요 통화 대비 1.6% 가량 절하됐다. 

미 달러의 가치가 절하되고 있는데도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것은 원화가 주요 통화들보다 유독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지역은행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약화되자 신흥통화의 약세 압력이 높아졌다.

국내 펀더멘털도 취약하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50bp(1bp=0.01%p) 가량 역전돼 있다. 한국은 고용 둔화와 물가 안정을 기반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한된 가운데, 미국은 최종금리가 올라가며 금리 역전 폭이 커질 수 있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하고 선진국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한국 수출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D램 단가 하락과 정보기술(IT) 수요 둔화가 동반되며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지속으로 인한 원화 약세 압력도 유효하다.
한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점에는 계절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 상방을 높일 수 있어서다. 경상수지 내에서 배당 지급과 같은 투자 소득을 포함하고 있는 본원소득수지는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4월마다 큰 폭의 적자 기록해왔다. 통상 4월은 12월 결산 법인의 배당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한국은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동반 적자를 보이고 있어 본원소득수지까지 가세할 경우 달러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계절적인 수급 여건과 국내 펀더멘털 부진도 동반되면서 달러-원 환율의 일평균 변동폭이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와 통화정책 여건을 볼 때 미 달러는 하반기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FOMC 의사록에서 미 연준 소속 경제학자들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완만한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 만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5월 한 차례(25bp) 이후 마무리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들은 1년 이상 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공격적인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 때문이다.

연준은 이미 9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980년대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긴축하고 있으며, 은행 부문의 동요나 경기 하향 조짐에도 다음 달 10번째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은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오랫동안 단행할 것으로 보여 미 달러의 약세 가능성이 우세하다. 앞서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는 주요 20개국(G20)의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원화가 현재 과매도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금의 변동성 장세 종료 이후 환율 되돌림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변동성이 완화된 이후 달러-원 환율은 재차 미 달러와 동조화될 확률이 높다.

미 달러가 하반기까지 점진적인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달러-원 환율도 하반기에 12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국내 대외부문 부진 등으로 인해 하락 속도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 1200원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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