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늘고 충당금 확보한 영향
‘디마케팅’도…영업자산 확대 소극적

2022~2023년 1분기 주요 카드사  순이익 추이
2022~2023년 1분기 주요 카드사 순이익 추이

카드사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조달비용 증가로 순익이 악화한 데 이어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했다.

3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 당기순이익 총계는 4602억원으로 전년 동기(5957억원) 대비 22.7%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하나카드였다. 올 1분기 하나카드 당기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546억원) 대비 63% 급감했다. 이어 △우리카드 –46% △KB국민카드 –31% △삼성카드 –10% △신한카드 –5%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에 조달비용 부담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다. 조달비용이 상승하면 영업 확대에 제약이 생겨 수익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카드채 금리는 지난해 초 2%대에서 연말 6%대로 치솟았다. 최근 3~4%대로 낮아졌으나 이미 증가한 조달비용이 올해 1분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실제 영업을 하기까진 시차가 발생한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영업자산을 확대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급등한 작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할부금리를 높이는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전략을 채택한 것.

리스크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영향도 있었다. 대손충당금은 여러 변수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쌓아두는 자산 차감 계정을 말한다.

5개사가 올 1분기 쌓은 대손충당금은 5769억원으로 전년 동기(3577억원) 대비 61.3% 급증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1910억원, 삼성카드 1896억원, 국민카드 1782억원, 하나카드 1047억원, 우리카드 1030억원 순으로 기록됐다.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연체율이 오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급악화한 경기 상황에 차주 상환 부담이 커지며 다수 카드사 연체율이 1%를 돌파했다.

올 1분기 신한카드 연체율은 1.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년 동기(0.88%) 대비 0.49%포인트 증가한 영향이다. 이어 △우리카드 1.35% △KB국민카드 1.19% △하나카드 1.14% △삼성카드 1.1%로 집계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가 당기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향후에도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내실 기반의 효율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