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요록》 ‘옥지춘’ 2년 만에 개발 완료, 본격 시판
업계 처음으로 토종쌀 ‘노인벼’ 사용해서 양조한 술

경기도 가평은 잣 주산지다. 여기서 잣막걸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양조장 ‘우리술’에서 10일 신제품 ‘옥지춘’ 발표회를 가졌다. 사진은 박성기 대표가 ‘옥지춘’의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가평은 잣 주산지다. 여기서 잣막걸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양조장 ‘우리술’에서 10일 신제품 ‘옥지춘’ 발표회를 가졌다. 사진은 박성기 대표가 ‘옥지춘’의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잣의 고소한 맛과 상큼한 산미, 그리고 입을 꽉 채우는 막걸리의 질감. 지난 10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우리술’이 발표한 신제품 ‘옥지춘’의 술맛이다. 잣의 고장, 가평의 술도가답게 잣의 함유량을 1%까지 높여서 만든 ‘옥지춘’은 550년 전 세종의 어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에 등장하는 술 이름이다.

잣막걸리를 빚어왔기에 최고의 잣술을 만들고 싶었던 우리술의 박성기 대표는 2년 전 임직원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시한다.

여러 술도가에서 잣을 주제로 한 우리 술을 만들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것이 《산가요록》에 나오는 ‘옥지춘’이었다. 하지만 옛 주방문(제조법)으로 빚은 술이 오늘의 입맛에 맞을 리 없다는 생각에 박 대표는 현대적으로 해석한 옥지춘을 주문한다. 총 38번의 실험 양조가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의 양조가 2~3주가 걸렸으니 꼬박 2년 동안 쉼 없이 신상품 개발에 매진한 것이다.

옥지춘의 원래 제조법은 백설기에 끓인 물을 넣어 밑술을 하고 찹쌀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할 때 껍질을 벗기지 않은 잣을 으깨서 집어넣어 잣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낸 술이다. 하지만 이렇게 빚은 술은 물량이 적어서 떠먹는 막걸리인 ‘이화주’만큼 되직한 술이 된다.

그래서 음용감을 높이기 위해 레시피를 조정하고, 밑술도 백설기가 아닌 멥쌀 고두밥으로 바꿨다. 잣도 껍질을 제거한 후 얇게 저며서 넣었다. 발효과정은 저온으로 관리해서 완전 발효를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우리술의 옥지춘은 이화주보다는 묽지만, 질감은 풍부하고 잣은 잘게 부서져 입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는 술이 됐다.

안주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술의 완성도는 높았다. 알코올 도수 11%로 만들어진 이 술은 ‘언더록’ 방식처럼 잔에 얼음을 채운 뒤 술을 따라 마셔도 좋고, 우리술에서 생산하는 잣막걸리(알코올 도수 6%)와 블렌딩해서 즐겨도 좋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술의 점도도 라이트해져 음용감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옥지춘은 그 자체로만 즐겨도 고소함과 산미의 균형 잡힌 맛을 즐길 수 있다.

‘옥지춘’은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요구에 의해 2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새로운 막걸리다.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에 두번째로 올라가 있는 술이름이기도 하다.
‘옥지춘’은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요구에 의해 2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새로운 막걸리다.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에 두번째로 올라가 있는 술이름이기도 하다.

우리술은 옥지춘을 만들면서 ‘토종벼’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단순히 고조리서에 있는 술 하나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술맛, 그리고 550년이라는 역사성을 술에 넣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토종쌀은 ‘노인벼’다. 다 익은 벼의 까락이 흰색을 띠고 있어 마치 노인의 백발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토종벼가 사라지기 전인 1910년까지는 180여 군에서 재배할 만큼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던 품종이며, 심지어 가평군에서 재배하던 12종의 토종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평에서 재배하는 노인벼를 구해 밑술을 담고, 덧술은 가평의 친환경 찹쌀을 썼다.

술의 발효제인 누룩도 잣막걸리의 완성된 스토리텔링을 위해 잣누룩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 누룩은 솔잎누룩처럼 초제로 잣잎을 사용한 것이다. 솔잎 구하기보다 잣잎 구하기가 더 쉬울 만큼 가평은 잣나무가 지천으로 있으니 당연한 선택지였지 싶다.

이와 함께 우리술은 대중적인 잣막걸리 제품을 추가로 발표했는데, 이름은 ‘가평잣막걸리 블랙’이다. 기존의 잣막걸리보다 잣의 함량은 늘렸고, 가평군의 친환경 쌀로 재료도 바꿨다고 한다. 혼술, 홈술족들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용량도 970㎖로 늘렸다.

한편 박성기 대표는 옥지춘은 그냥 즐겨도 좋지만, 담백한 잣의 고소함을 즐기기 위해선 맵고 짠 음식보다 고기류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또한 잣막걸리블랙은 두부와 도토리묵 등 전통적인 막걸리 안주와 좋은 페어링을 보인다고 덧붙인다.

조금 고급스러운 안주이지만 폐백 음식으로 쓰는 ‘잣술’과 즐기면 더욱 잣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두 제품은 모두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고 전통주 전문 보틀숍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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