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흰 꽃 피며 가을이면 흑자색 열매 맺어
붉은색 수액으로 나무 찾을 수 있는 특징 존재

아파트처럼 나뭇가지며 하얀색 꽃무리들이 가지런히 층을 이루는 나무가 있다. 이름은 층층나무다. 5~6월에 꽃을 피운다. 사진은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대응사 층층나무다.
아파트처럼 나뭇가지며 하얀색 꽃무리들이 가지런히 층을 이루는 나무가 있다. 이름은 층층나무다. 5~6월에 꽃을 피운다. 사진은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대응사 층층나무다.

아파트처럼 나뭇가지며 꽃들이 층층이 피는 나무들이 있다. 계단처럼 층이 져 있어서 이들 나무를 층층나무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이 나무에 속하는 나무는 층층나무와 말채나무, 그리고 곰의말채나무, 산딸나무 등 다양하다. 이 나무들이 지금 제철을 맞고 있다.

봄꽃처럼 제각각 뽐내듯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 하얀색 꽃이며 ‘흩어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무리를 이루면서 핀다. 그래서 이 계절의 꽃들은 초록이 한창인 숲에서 나뭇가지 위에 함박눈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층층나무는 별명이 참 많은 나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층층이 져서 ‘아파트나무’라고 불리며, 계단 모양의 가지가 마치 등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등대수(燈臺樹)’라고도 부른다. 줄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뚜렷하게 층이 져 있는 데다 작은 가지들이 부챗살 펴놓은 것처럼 펼쳐져 자란다.

하지만 나무의 수형이나 크기는 거목이 아니다. 층층이라는 이름 때문에 큰 덩치를 예상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크기일 수 있다. 그러나 가지런히 층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 이 나무의 한자 이름인 ‘단목(端木)’이 바로 이해된다. 나무의 모습이 곧고, 단정해서 곧을 단(端)자를 쓰고 있다. 이 밖에도 육각수라는 한자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는 줄기 하나에 여섯 개의 잎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가 좋은 이름으로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층층나무는 욕심이 참 많은 나무다. 그래서 다른 나무로부터 방해받으려 하지 않는다. 층층으로 올라가면서 펼치는 나뭇가지와 이파리, 그리고 꽃들의 자세만 봐도 다른 나무에 햇살을 빼앗기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 나무를 ‘숲속의 무법자’라는 뜻에서 ‘폭목(暴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으로 무서운 이름이다.

층층나무는 물기가 많은 계곡을 좋아한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 있는 층층나무 가지 사진이다. 하나의 줄기에서 여섯개의 잎이 나는 이 나무에 마치 하얀눈이 쌓여 있는 듯 꽃이 피어있다.
층층나무는 물기가 많은 계곡을 좋아한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 있는 층층나무 가지 사진이다. 하나의 줄기에서 여섯개의 잎이 나는 이 나무에 마치 하얀눈이 쌓여 있는 듯 꽃이 피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나무가 소나무나 전나무처럼 무리를 지어 자라지는 않는다. 동족 간의 경쟁까지 피하고자 층층나무는 외톨이로 자란다. 즉 폭목이기 하지만 조직까지는 이루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나무에는 피해를 주는 층층나무지만, 최대한 동족을 보존하기 위해 같은 지역에 무리를 짓지 않고 퍼지려는 노력은 무척 합리적인 생존전략이다.

층층나무는 꽃이 없는 계절에도 수피만 보고 나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매끈한 나무껍질에 하얀색 선 무늬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이것이 지렁이가 기어간 자국처럼 보인다. 산속을 헤매다가 매끈한 수피에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흔적이 있는 하얀색의 나무를 보면 우선 층층나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는 붉은색을 띠고 있는 어린 가지를 이 나무의 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나무는 수액도 다른 나무와 다르다. 그래서 수액의 흐름으로도 나무를 찾아낼 수 있다. 이른 봄, 나무에 새싹이 돋는 계절이 되면, 나무줄기에 주황색을 칠한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보인다. 이 나무가 층층나무인데 나무의 수액이 흐르면서 수피에 색깔이 드러나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층층나무의 수액은 붉은색을 띠는 것일까. 처음에는 이 나무의 수액도 여타의 나무처럼 투명하다. 그런데 산소에 노출되면서 산화돼 붉은색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층층나무의 꽃은 이 계절의 꽃들처럼 흰 꽃이다. 5~6월에 피고 7~8월이면 열매가 돼 까맣게 익기 시작한다. 이 열매는 산새들의 먹이가 된다. 나무는 빨리 자라고 곧고 굵은 목재를 얻기도 한다. 이 나무의 쓰임은 공원과 정원의 조경수로 주로 쓰이지만, 팔만대장경을 제작할 당시에는 대장경판을 만드는 데도 이용됐다.

팔만대장경판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산벚나무, 돌배나무, 거제수나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쓰인 것으로 나온다. 즉 산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판각용으로 제작하기 쉬운 나무를 주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층층나무는 조각재와 장난감 목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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