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큰손, 씨티뱅크센터·판교테크윈타워 투자
서울 공실률↓·임대료↑…국내 빌딩 매력 부각

국내 상업용부동산을 쓸어 담는 외국자본이 지난해에 이어 눈에 띄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계 투자운용사가 씨티은행 본점 사옥을 품에 안았으며, 해외 국영 투자기관은 판교테크윈타워 수익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 대비 견고한 상태에다 임대료가 지속 오르면서 외국자본의 투자 활황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자본, 올해도 핵심 권역 빌딩 ‘눈독’ 


지난 15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케펠자산운용이 지난해 종로 터줏대감 삼환 빌딩을 매입한 데 이어, 씨티뱅크센터도 조만간 매수할 예정이다. 캐피탈랜드투자운용과 매각자문사 에스원, 컬리어스코리아는 씨티뱅크센터 우선협상대상자에 해당 운용사를 선정했다. 

케펠자산운용은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오피스 빌딩과 상업시설, 인프라 시설 등 수십조원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모회사 케펠캐피탈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인 딜 소싱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상장 리츠, 펀드가 많아 자산 투자에 대한 자금 여력이 충분한 곳으로 평가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도 투자 시 해외 기관 자금을 받는 경우도 있고 네트워크가 우수하다고 반드시 자금력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케펠운용이 가격을 제일 높게 불렀을 테고, 그런 금액대로 매입을 해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투자구조가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매입 예정인 씨티뱅크센터는 서울 종로 소재 CBD(핵심 업무권역) 내 오피스 빌딩으로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광화문역 인근이다. 지난 1987년에 준공됐으며, 대지면적과 연면적은 각각 2678.10㎡, 1만9750.6㎡, 규모는 지하 1~3층, 지상 1~15층이다. 임차인은 오는 2029년 2월까지 한국씨티은행이 설정돼 있다. 예상 매각가는 3.3㎡ 당 2600만원 중후반대로 전해진다. 

케펠운용은 앞서 지난해에도 종로 소재 삼환빌딩을 약 2230억원 인수했고, 그보다 앞서는 파이낸스타워(여의도), 한누리빌딩(종로),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영등포) 등을 매입한 바 있는 등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해외 큰 손으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아시아 국영 투자기관도 최근 판교 소재 판교테크원타워의 수익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판교테크원타워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의 네이버 보유 지분 45.1%가 매수 대상으로 가격대는 8000억원대 안팎일 것으로 전해진다. 

GIC는 싱가포르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1981년 설립한 100% 정부 소유 운용사로 정확한 운용자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투자 자산인 판교테크원타워는 경기 분당에 있는 오피스로 지난 2021년 말 준공됐다. 연면적 19만7236.69㎡(5만9664평), 지하 7층~15층 규모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피스 임대 면적의 80.3%를 오는 2032년까지 임차한다.

GIC는 지난해에도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투자증권 사옥에 투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이 건물을 6395억원(3.3㎡당 3024만원)에 인수했으며, 이지스운용이 조성한 부동산펀드에 싱가포르투자청이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오피스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자본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두드러졌는데, 삼환빌딩과 신한투자증권 사옥 외에도 아시아 중점 투자회사 PAG의 소유가 된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티타워, 미국계 부동산 전문 투자사 벤탈그린오크가 인수한 판교 테크노밸리 GB-I 타워와 GB-II 타워(수익증권 거래)가 예다. 

이같이 국내 오피스 등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계 자본 비중이 늘면서 그 수준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컬리어스가 공개한 ‘2023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투자 규모는 5조9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9% 증가했는데,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韓 오피스 견고한 펀더멘탈에 안정적 투자처” 


외국자본이 한국 상업용부동산으로 속속 흘러들어오고 있는 건 최근 서울·경기권 오피스의 임대료 상승과 공실률 감소 등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오피스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현재 공실이 없는 편이고 특히 CBD(종로구·중구), GBD(강남구·서초구), YBD(여의도) 등 핵심 업무권역들은 공실률이 엄청 낮다”며 “이 같은 자산의 펀더멘탈적인 부분 때문에 서울 업무권역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 같은 경우는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일정 부분의 비중이 있을 텐데, 현재 (공실률이 치솟고 있는) 중국이나 홍콩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서울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분기 7.1%를 기록한 이후 3분기 6%대로 떨어졌고, 올 1분기 소폭 상승했지만 6.5%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 하락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강남, 여의도 등 서울 핵심 권역 오피스의 경우 자연공실률인 5%를 하회하면서 공실 손실이 거의 없는 수준을 나타냈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로 5.2%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6.9%)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수요가 넘치다 보니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경기 지역의 오피스 임대료는 ㎡당 각각 2만2700원, 1만2500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전년대비 0.9%포인트, 1.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투자하는 외국계 자본 비중이 늘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도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오피스 수요는 견고한데 공급은 한정돼 향후 빌딩 가치 상승 기대가 외국계 큰손의 투자 거래 활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CBD, GBD의 프라임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며 “공급량이 수요 대비 부족해 앞으로 자산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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