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시제품, 젊은 고객 오프런 현상 일으켜
2024년 만 3년 숙성한 정식 제품 출시할 계획
‘김창수위스키’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내년이면 만 3년이 된다. 김창수 대표는 3년을 꽉 채워서 그가 만든 정식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떤 타입일지, 어떤 방식으로 만든 것일지, 그리고 어떤 오크통에 숙성시킨 것을 담을지 지금 상황에선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시기마저도 그렇다고 한다.
답은 만 3년이 되었을 때 그의 위스키가 어떻게 말을 걸어오느냐에 달렸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증류소 숙성 공간에는 욕심꾸러기 천사들이 많이 사는지 오크통들은 첫해에 평균 10% 정도를 천사의 몫으로 내놓는다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해 오크통의 수축과 팽창이 극적으로 이뤄져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이에 반해 스코틀랜드의 오크통은 착한 천사들이 사는지 한해에 1.5% 정도만 휘발된다고 한다.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숙성된 위스키의 술맛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위스키의 기준은 만 3년을 오크통에서 보낸 술을 말한다. 천사의 몫에서 보이는 차이는 같은 3년을 보낸 위스키라도 숙성의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김창수위스키를 포함한 K-위스키의 가능성이 바로 숙성의 미학에서 올 것이라고 한다.
김창수위스키는 지난해 모두 3번의 파일럿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첫 제품은 숙성기간이 짧은 만큼 우리 기후가 많이 반영된, 스카치 방식의 위스키였다고 한다. 김창수 대표는 이 제품을 통해 “우리가 스카치위스키와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국산 원료로 만든 국산 위스키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서 몰트와 효모, 오크통까지 모두 한국산을 사용한 술이었다. 맥아는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군산몰트, 오크통은 충북 영동산 오크통이었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유사한 시제품이었다. 정통 스카치위스키와의 경쟁, 이 문제는 김창수 대표가 내려놓을 수 없는 인생의 화두일 것이다.
그가 내놓은 세 번의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은 분명했다. ‘오픈런’. 그의 술을 사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젊은 고객들이 그의 술에 환호한 결과였다. 재판매가 불가능한 우리 술 시장이지만 일부는 2차 시장에서 몇 배의 웃돈이 붙어서 판매되기도 했다.
위스키의 전통적인 소비자층은 중장년층이다. 그런데 국산 위스키의 오픈런은 젊은 MZ세대가 일으킨 현상이다. 만 3년이 되지 않은 그의 술에서 젊은 소비자들은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국산 위스키의 가능성을 넘어서는 원인이 이 시장에 있을 것이다. 새로운 술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지만, 오픈런 현상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위스키를 대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성세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리고 의미 있는 자리에는 그에 걸맞은 술을 마시려는 가치도 부여할 줄 안다. 그렇게 모인 결과가 ‘보상소비’이고 ‘가치소비’다.
젊은 MZ세대의 이 같은 소비성향이 보인 오픈런 현상은 김창수위스키에 대한 일반의 관심까지 증폭시켰다. 여러 지자체와 그리고 기업체들이 김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독립증류소라는 꿈을 저버릴 생각이 없다. 자본의 입김 아래 들어가면 그가 만들고 싶은 위스키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그는 상상력의 제한을 받지 않는 증류소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김포의 증류소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겼다. 증류소의 핵심은 숙성 공간인데 이미 다 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든 새로운 증류소를 만들어야 한다. 김창수위스키의 버전2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재무계획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풀어야 할 과제는 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증류를 하고 있고 오크통을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증류소에 대한 기본 개념도 다 잡아놓았다. ‘독립증류소’를 지향하는 만큼 증류기의 크기를 키울 생각도 없다. 효율성을 생각하면 큰 증류기가 필요하지만, 그는 작은 증류기가 더 좋은 위스키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증류소를 새로 만들어도 작은 증류기를 여러 대 둘 생각이라고 한다.
내년이면 그가 스코틀랜드의 증류소 기행을 한 지, 만 10년이 된다. 그의 10년 공부의 결과가 내년에 선보일 위스키에 담기게 된다. 김창수위스키의 버전2도 내년에 선보일 위스키와 함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