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줄기에 화살깃, 가을엔 붉은 단풍 이색적
초식동물로부터 나무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

화살나무는 나무 줄기에 화살의 깃처럼 생긴 날개깃이 2~4개 붙어있다. 초식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서 먹을 수 없도록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다. 코르크 재질의 날개깃은 단맛이 전혀 없어 동물들이 먹이로 취하지 않는다.
화살나무는 나무 줄기에 화살의 깃처럼 생긴 날개깃이 2~4개 붙어있다. 초식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서 먹을 수 없도록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다. 코르크 재질의 날개깃은 단맛이 전혀 없어 동물들이 먹이로 취하지 않는다.

시골집 생울타리로 만났던 나무 하나가 있다. 산과 들에서 자주 보기도 했다. 그 나무가 도시로 내려와 우리 눈에 더 자주 띄고 있다.

차량 흐름은 많지만, 사람은 별로 없는 도시의 한가한 도로 또는 오히려 사람이 많아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분명치 않으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도로의 가로수 아래를 보면 촘촘하게 담장을 쌓듯 키 작은 관목이 심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관목 중 하나가 화살나무로 채워지면서 도시에서도 이색적으로 생긴 화살나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도시 조경 전문가들은 이 공간을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기 위한 ‘가로수 띠녹지’ 혹은 ‘띠녹지’라고 줄여 말한다. 이 띠녹지는 공원에도 존재한다. 키 작은 나무로 공간을 나눠서 사람들의 동선을 정리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띠녹지에 주로 심는 나무는 회양목이나 맥문동, 황매, 사철나무 등이다. 우리는 이 중에서도 회양목이나 사철나무를 자주 만나왔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띠녹지 공간도 다양한 수종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살나무도 그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화살나무를 도시 조경 전문가들이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화살나무는 잎이 떨어진 겨울에는 화살의 깃처럼 나무줄기에 코르크 재질의 날개깃을 2~4개 정도 달고 있다. 다른 나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어서 사람들에겐 이색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초록으로 변신하는 봄이면 반듯하게 가지를 전정해서 회양목보다 더 높은 키로 공간을 구분시킬 수 있고, 가을이면 단풍보다 더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덕분에 사람들은 의외의 공간에서 단풍을 즐기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공해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있고, 특히 환경적응성이 좋은 나무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조경 전문가들이 이 나무를 자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화살나무의 꽃은 5월경에 핀다. 녹색으로 나와 하얀색으로 변한다. 가을에는 붉은색의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보다 더 붉은 화살나무를 만나게 된다. 잎과 열매 모두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살나무의 꽃은 5월경에 핀다. 녹색으로 나와 하얀색으로 변한다. 가을에는 붉은색의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보다 더 붉은 화살나무를 만나게 된다. 잎과 열매 모두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띠녹지 나무로 도시에 적응하고 있는 화살나무를 실제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나무의 새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이 나무를 알아볼 것이다. 그것도 청명과 곡우 사이의 절기에 이 나무를 만났다면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음나무(엄나무)나 두릅나무, 가죽나무 순처럼 화살나무의 새순도 봄철의 별미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응달에서 새순을 말리면 좋은 차로도 음용할 수 있으니 봄이면 이 나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인기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화살나무는 다른 나무에는 없는 날개깃을 달고 태어났을까. 이유는 연약한 자신을 초식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생존전략이다. 보통 식물은 천적이 싫어하도록 자신을 포장하거나 위장한다. 줄기나 가지에 뾰족한 가시를 만들어 접근을 막는다거나 거북스러운 향기 혹은 물질을 분비해 회피를 유도한다. 그것도 아니면 초식동물이 씹을 수 없도록 두꺼운 잎을 만든다. 

화살나무도 같은 이유에서 초식동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날개깃을 갖도록 진화한 것이다. 토마토와 감자의 어린잎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효소 성분이 잎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먹은 초식동물은 며칠이고 소화불량에 시달려야 하므로 경험적으로 이러한 채소들의 어린싹을 피한다고 한다. 화살나무의 날개깃도 경험적으로 생긴 자기 방어체계인 것이다. 엄나무는 가시로, 동백나무는 두꺼운 잎으로 피하듯이 말이다. 

화살나무의 날개깃의 코르크는 ‘수베린’이라는 지방산이 주요 성분이다. 그런데 이 코르크에는 초식동물이 좋아할 당분이 하나도 안 들어있다. 즉 탄수화물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영양분도 없고 먹기에도 불편하고 심지어 불쾌한 맛까지 나는 식물을 초식동물이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그 덕분에 우리는 산에서 화살나무를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