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각 입찰 지난해 比 76.4%↑
금리 인상·공사비 상승…본 PF 불발
하반기엔 공매 물건 더욱 증가 전망
입찰률은 저조 예상…부실 확대될 것

부동산 경기 급랭에 휘청이는 시행사가 대폭 늘어난 모습이다. 금리 인상과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증에 본 PF가 중단된 사업장이 수두룩해지면서 공매 시장에 부동산신탁사의 토지 매각 물건이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늘어났다. 

하반기 역시 공매 물건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만기 연장을 되풀이한 사업장 대출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에 넘겨지는 개발 현장에 대한 입찰률은 저조할 것으로 관측돼 금융기관의 부실 가속화도 우려되고 있다. 

기한이익상실로 공매로 넘어간 천안시 개발 현장 (사진= 온비드)
기한이익상실로 공매로 넘어간 천안시 개발 현장 (사진= 온비드)

 


공매 나온 부지들 1년 새 급증 


지난 22일 캠코가 운영하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오는 29일까지의 진행된 또는 예정인 신탁사 토지 매각 공매 입찰(취소 공고 포함)은 총 1277건으로 지난해 동기(724건) 대비 76.4% 대폭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로 공매로 넘어간 공사 현장이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 상승으로 브리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의 사업성이 저하된 가운데 본 PF 전환이 어려워진 것이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토지 매입 대금, 시행사 운영비 등 공사 착공 전 자금을 차입하는 용도로 마련되며, 본 PF를 통해 상환이 이뤄진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이 올라가다 보니 당장 공사비가 급증했고, 금리가 치솟아 예상보다 금융비용이 많이 증가했다”며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수입인 분양가는 고정된 상태에서 지출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본 PF대출이 실행돼야 기존 대출금의 상환이 이뤄지는데, 금융사에선 대출 채권 부실화 우려로 현재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입장”이라며 결국 “대주단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토지를 공매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부실 처리된 사례는 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돼왔다.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사업장 역시 본 PF가 불발되면서 결국 기한이익상실(EOD) 상태가 돼 공매로 넘어간 경우다. 미분양이 대거 발생된 대구에서도 올해 온비드를 통해 공매 시장에 넘겨진 부지는 4곳으로 나타났는데, 동구 신천동 공사 현장 또한 시행사인 더예지디앤알이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중 본 PF 전환을 하지 못해 입찰 물건으로 나왔다. 

삽을 뜨지 못한 채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는 수도권에서도 눈에 띄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부지 개발 사업도 본 PF가 불발된 채 500억원 가량의 브리지론 대출 이자 대납이 중단돼 대주단에서 공매를 신청했다. 이 물건은 지난 3월 8회에 걸쳐 입찰 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인천광역시 중구 사업장에서는 면적 8만9358㎡ 토지에서 시행사 경상국제학교개발원이 개발 사업을 진행했지만 역시 금융비 상승과 공사비 증가 등 자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


 디폴트 발생 공사 현장, 하반기엔 ‘수두룩’


PF 부실이 올 하반기에 본격화됨에 따라 토지 공매 물건은 이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토지를 사들이면서 브리지론을 받았던 사업장들의 만기가 7월 이후 본격 도래할 예정이다. 사업장들 상당 규모는 이미 작년 하반기 본 PF로 전환하지 못해 3개월 내지 6개월의 만기 연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기 연장할시 대출 이자는 예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연장할수록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결국 이자 지급불능에 따른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대출 실행 당시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가 부재한 채 브리지론을 받은 사업장이 많아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으로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장들이 시장가보다 고가에 토지를 매입했음에도 이가 심사되지 않은 채 무리한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공사 현장이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현재 입찰률은 낮을 것으로 전망돼 결국 브리지론을 내준 금융기관의 부실화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신탁업계 관계자는 “브리지론 만기 연장을 해오던 사업장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됨에 따라 공매 물건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입찰 참여율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토지를 매입하는 시행사들의 사업계획이 보수적이고, 인상된 금리와 공사비를 고려하면 매입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들이 많은데다, 또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금융기관이 한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그는 “브리지론을 취급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내다봤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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