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성분 있어 물고기 잡고, 빨랫비누 역할도
꽃은 치통약, 열매는 거담제와 기름으로 사용

▲ 보통의 꽃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핀다. 하지만 때죽나무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처자처럼 땅을 바라보며 핀다. 그래서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노란색 암술와 흰색의 꽃잎이 잘 어우러지는 꽃이다.
▲ 보통의 꽃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핀다. 하지만 때죽나무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처자처럼 땅을 바라보며 핀다. 그래서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노란색 암술와 흰색의 꽃잎이 잘 어우러지는 꽃이다.

2023년 05월 27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행을 시작하면 걸어갈수록 하늘보다 땅을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더 그렇다. 정상에 닿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산을 걷다 보면 요즘 같은 계절엔 때죽나무꽃의 낙화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산밑은 이미 다 져서 낙화의 흔적을 보게 된다면 산허리와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제철을 맞은 때죽나무꽃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도시 사람들은 때죽나무를 잘 알지 못한다. 산이라도 자주 오르는 사람들은 그나마 장마 직전에 피는 이 나무의 꽃을 신기하게 여기며 이름을 물어서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나무는 도시보다 농촌, 그리고 현재보다는 과거와 더 잘 어울리는 나무다. 그것은 이 나무의 쓰임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때죽나무는 꽃과 열매 모두 유용한 면을 갖고 있다. 봄꽃처럼 화려한 색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꽉 찬 구조감을 지닌 흰색의 때죽나무꽃은 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의 꽃은 하늘을 향해 피지만, 이 꽃만은 땅을 바라보며 핀다. 별 모양의 생김새도 이색적이지만 같은 계절에 피는 아까시나무꽃처럼 때죽나무꽃은 향기도 그만이다. 그런 까닭에 두 나무의 꽃은 벌꿀들이 잘 찾아오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때죽나무의 꽃 모양이 예뻐서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때죽’을 자주 담는다.

대표적인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거저나 마찬가지〉다. 소설 말미에 주인공 ‘나’는 누워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때죽나무꽃을 자신의 사랑과 비교하며 간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꽃이 지고 나면 7월쯤 회색빛의 열매가 생긴다. 이 열매의 생김이 스님의 머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도 떼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떼중’이라 부르다가 때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 열매는 합성세제가 없던 시절, 농촌에선 비누를 대신해서 세제의 역할을 해줬다. 열매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 성분을 이용해 빨래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때쭉’이다. 그것이 때죽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 때죽나무꽃은 5월이 제철이다. 남쪽 산은 이미 졌고, 중부지역 산들은 이제 낙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관악산 연주대에서 과천향교 방향으로 내려오는 계곡에서 찍은 것이다. 때죽나무꽃이 한껏 아름다움을 펼치고 계곡물에 떨어져 있다.
▲ 때죽나무꽃은 5월이 제철이다. 남쪽 산은 이미 졌고, 중부지역 산들은 이제 낙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관악산 연주대에서 과천향교 방향으로 내려오는 계곡에서 찍은 것이다. 때죽나무꽃이 한껏 아름다움을 펼치고 계곡물에 떨어져 있다.

이와 함께 이 나무는 독성이 있는 에고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는데, 열매를 으깨서 개울에 풀면 물고기들이 마취되어 물에 뜬다고 한다. 이렇게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때죽나무라고 부른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민간에선 이러한 성분을 이용해 꽃은 인후통과 치통에 이용했다고도 한다. 또한 열매는 거담제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쓰임새를 가진 나무다 보니 때죽나무는 마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나무였다. 일부러라도 심었겠지만, 물을 워낙 좋아해 계곡이나 물가에는 여지없이 때죽나무가 자란 이유도 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반전도 담고 있다. 꽃이 예쁘고 향도 좋아 관상수로도 많이 심는 이 나무는 앞서 설명했듯이 물고기를 잡는 도구로도 사용했는데 그보다 더한 것에도 이 나무가 쓰였다고 한다. 

그 흔적을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소설의 9권에는 지리산 빨치산의 무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그 대목에 때죽나무가 등장한다. 탄약이 부족했던 빨치산은 재생총탄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때 총탄에 넣는 화약을 만들면서 때죽나무의 숯을 섞었던 것이다. “소나무 숯보다 참나무 숯이 더 불땀이 좋았고 때죽나무 숯은 그 성분 때문에 숯 중에서는 화력이 제일 강했다”고 조정래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라. 때죽나무의 사촌인 쪽동백나무와 함께 열매는 동백기름을 대신했다. 여인네들이 머리를 정리할 때 때죽나무 열매의 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참빗으로 단정히 빗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동백나무가 귀했던 중부 지방 이북에선 때죽과 쪽동백, 생강나무의 열매가 동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때죽나무는 여러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요즘도 때죽나무는 쓰임새를 가지고 있는데, 나이테가 드러나지 않고 나무의 속도 흰색이어서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장기알 등을 만드는데 이 나무가 쓰인다고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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