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실리콘밸리뱅크(이하 SVB) 파산 등 일련의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 위기 경각심이 확산하고 있다.

금리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예금·투자약정 잔액이 감소하고, 유가증권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SVB의 수익성·신뢰도 악화로 이어지며 뱅크런이 발생했다.

이후 암호자산 거래 관련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하 FRC) 등 자금조달 여건 및 자산구조가 취약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중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의 후유증이 현실화되며 금융권 부실이 신용공급 악화와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지며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적으로는 미 은행권 유동성 위기 확산, 미 상업용 부동산(이하 CRE) 부실 우려가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 및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이다.

은행은 단기 부채를 유가증권 장기물 투자나 대출을 통해 운용하는데,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해 부채규모가 자산가치를 상회할 경우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비보장성 예금주들이 은행 손실을 우려해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SVB, FRC 사태와 같이 은행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금리 급등에 따른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 변화로 자산규모가 평균 10% 하락했는데, 하위 5% 은행들은 약 20%까지 하락했다.

뱅크런 위험이 높은 10개 은행의 경우 시가평가가 반영된 자산 대비 비보장성 예금 비율이 50%를 상회했으며 SVB는 무려 92% 수준이다.

다만 이와 같은 투매현상과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미 재무부 대응 및 연준의 BTFP 프로그램 전격 도입 등을 고려할 때 시가평가에 기반한 은행 유동성 위기 지속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미 중소형 은행의 경우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최근 부실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CRE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잠재적 부실 위험으로 지목된다.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할인율 상승으로 부동산 평가가치가 하락하며 대출 금액이 축소되고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이 증대되는 가운데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증가하며 CRE 대출의 부실 위험이 증대됐다.

은행이 취급한 미국 CRE 대출 중 67.3%(약 2조3000만달러)를 지방 중소형 은행이 취급한 것으로 알려져있어 CRE 가격 및 연체율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특히 지방 중소형 은행은 팬데믹 시기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최고조이던 2021~2022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해 가격 하락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CRE 매매가격은 팬데믹 기간 값이 급등한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전환됐고, 거래규모가 급감해 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된다.

CRE 부실이 아직 본격화되고 있진 않으나, 평가 손실 우려 확산에 따른 위험회피 강화시 최근 중소형은행 뱅크런 사태가 재현될 수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최근 부각된 금융권 리스크는 유동성 위험에 집중돼있고 정책대응 방향이 단순해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특히 국내 은행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양호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부각 및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알려진 위험(Know risk)’ 보다 규제 및 관리 사각지대로 정보 비대칭이 큰 ‘알려지지 않은 위험(Unknow risk)’이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금리 급등으로 인한 미실현 평가손실 급증이 SVB 등 일부 은행 파산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처럼 금리 급등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경제주체들의 주요 트리거 포인트다.

특히 연금과 뮤추얼 펀드, 사모펀드, 생명보험사, 헤지펀드 등 일명 ‘그림자 금융’으로 토잉되는 곳들의 급증한 부채와 포트폴리오 쏠림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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