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장 40% 점유, ‘천원의 행복’ 이끈 막걸리
젊은 층 타깃한 신제품, 무감미료 막걸리도 준비

▲ ‘장수막걸리’는 수도권 시장의 80%, 전국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막걸리로 61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장수막걸리의 양조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탁주의 염성관 상무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 ‘장수막걸리’는 수도권 시장의 80%, 전국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막걸리로 61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장수막걸리의 양조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탁주의 염성관 상무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천상병 시인처럼 막걸리를 예찬한 시인도 별로 없을 것이다. 막걸리 한 병이면 하루 종일 행복하고, 먹으면 배가 부르니 술이 아니라 밥이라 말하고, 한 잔으로 천 가지 근심도 사라진다고 막걸리를 찬미했다. 그래서 막걸리 한 병에 1천원쯤 하던 시절, 사람들은 막걸리를 ‘천원의 행복’으로 빗대 말했다. 

서울 경기에 사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단돈 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장수막걸리’에서 찾았다. 지친 일상을 정리하는 소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살뜰히 챙겨준 ‘장수막걸리’는 처진 어깨에 힘을 실어줬고, 상처 입은 마음에 새살을 돋게 해주었다. 그렇게 사랑받아온 ‘장수막걸리’가 올해로 61년이 됐다. 

물론 61년이라는 숫자는 서울지역의 51개 양조장이 뭉쳐 ‘서울주조협회’를 만든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를 개별 양조장의 역사로 환산하면 역사는 114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51개 양조장 중 서울 통인동에 있던 ‘무교양조장’의 역사가 1909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장수막걸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막걸리 브랜드로 자리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사는 서울 경기 지역 시장의 80%를 점유한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장구조가 단순히 막걸리를 만들어온 역사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51개 양조장이 모여 생산시설을 통합하면서 끊임없이 설비를 현대화하고 막걸리 양조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찾는 막걸리 맛을 가장 먼저 찾아내 시장을 선점한 덕분이다. 

업계를 이끈 덕분에 전국 막걸리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탁주(회장 장재준)’의 염성관 연구소장(상무)을 최근 만났다.

소비자의 술 소비성향 변화와 불경기 등으로 전체 주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맏형으로서 장수막걸리가 걷는 길을 묻기 위해서였다. 특히 ‘장수막걸리’는 양조 기술과 설비 측면에서 모든 양조장의 모범이기 때문에 현재 걷는 길이 더욱 궁금했다.

▲ 서울탁주의 대표 상품은 ‘장수십장생(사진 중앙)’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레이블도 교체했다. 사진은 장수막걸리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탁주의 신제품들이다. 이 막걸리들은 수출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 서울탁주의 대표 상품은 ‘장수십장생(사진 중앙)’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레이블도 교체했다. 사진은 장수막걸리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탁주의 신제품들이다. 이 막걸리들은 수출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탁주가 선택하면 전국의 양조장이 뒤를 따른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서울탁주의 행보는 중요하다. 그동안 일궈온 성과만 보더라도 그렇다. 염성관 상무에 따르면 서울탁주는 업계 처음으로 PE 용기(1978년)와 PET 용기(1991년)를 선택했다. 모든 양조장이 20ℓ들이 말통과 유리병 막걸리를 공급할 때 서울탁주는 유통의 편의와 위생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용기를 채택했고, 이것은 바로 업계의 표준이 됐다. 

1992년 쌀 사용이 전면 허용됐을 때도 서울탁주는 업계 처음(1996년)으로 자동제국기를 도입했다. 대량의 입국을 자동으로 만든다는 것은 막걸리 맛의 균일화라는 측면에서 놀라운 시도였다. 발효라는 특성 때문에 같은 양조장의 술도 술맛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절, 서울탁주는 품질향상과 균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자동제국기로 잡을 수 있었다. 최근에 서울탁주가 업계를 선행한 것은 투명페트병 사용이다. 지금은 모두 투명병이 익숙하지만 지난 2020년까지는 초록색이 대세였다. 이것을 바꾸기 위해 서울탁주가 먼저 친환경 무색페트병을 사용한 것이다. 

최근 서울탁주의 변화는 브랜드와 제품군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만큼 제품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층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1996년 이후 사용하고 있는 ‘장수’브랜드에 ‘십장생’을 붙이고 레이블도 젊은 감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맛의 저도주 ‘인생막걸리’와 시트러스 향을 살린 ‘달빛유자’ 등을 시장에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막걸리들은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높은 신장률을 보이며 K-막걸리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막걸리 소비층을 겨냥한 무감미료 막걸리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한국식품연구원의 특허균주로 발효시킨 이 제품은 유산균의 활동력은 최대한 높이고 바디감까지 높인 제품이라고 한다. 시기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예정이라는 염 상무는 이 막걸리도 업계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서울탁주는 서울 6곳(구로, 강동, 서부, 도봉, 성동, 태릉)에 합동양조장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의 대형마트의 수요와 수출 물량을 담당하기 위해 2010년 충북 진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막걸리 양조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미국, 호주, 중국 등 30여 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8%의 수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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