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가 ‘부처님 머리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
백당나무 돌연변이, 무성화인 탓에 꺾꽂이로 번식

▲ 초파일에 만개하는 불두화는 무성화로만 이뤄져 있다. 즉 씨앗을 맺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꽃의 모양이 부처님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귀히 여겨지는 나무기도 하다. 꽃은 처음에는 사진처럼 연두색을 띠고 만개하면 흰색이 된다.
▲ 초파일에 만개하는 불두화는 무성화로만 이뤄져 있다. 즉 씨앗을 맺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꽃의 모양이 부처님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귀히 여겨지는 나무기도 하다. 꽃은 처음에는 사진처럼 연두색을 띠고 만개하면 흰색이 된다.

봄의 끝자락 5월의 가장 큰 행사라면 ‘부처님 오신 날’일 것이다. 이날을 기념해 전국의 사찰에선 ‘연등꽃’을 내걸어 거리를 밝히는 한편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연등을 들고 행렬을 펼친다. 사찰에서 거리에 연등을 밝히는 까닭은 불을 밝혀 어둠을 몰아내듯이 지혜의 불로 번뇌와 무명의 어둠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연등꽃이 피는 계절, 전국의 사찰을 찾으면 활짝 핀 얼굴로 사람들을 반기는 나무가 하나 있다. 불두화다.

불두화는 수십 개의 꽃이 모여 야구공만 한 크기의 꽃송이를 한가득 피우는 나무다. 그리고 그 꽃송이의 모양이 나발(螺髮)이라고 불리는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 해 불두화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부처를 상징하는 뜻에서 불두화는 사찰에서 가장 많이 심는 꽃나무가 됐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음력 4월이 조금은 늦게 찾아왔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초파일쯤이면 만개한 불두화를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중부지역의 경우 5월 중순부터 꽃이 지기 시작했으며, 날이 추운 산속의 사찰에서나 겨우 만개한 불두화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도심 사찰에서는 마당에 쌓인 불두화의 낙화라는 이색적인 경치를 즐겨야 했다. 

불두화를 사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가 꼭 종교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른 여름에 피는 꽃들은 모두 짙어가는 초록에 밀려 꽃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한다. 층층나무속에 속하는 산딸나무와 층층나무 그리고 말채나무 정도나 꽃 무더기를 통해 곤충을 유인하지만, 이 꽃들도 불두화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흰색의 꽃이 탐스러워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이 이 꽃나무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요즘은 궁궐이나 도심의 공원에서도 볼거리 차원에서 심은 불두화를 만날 수 있다. 

▲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돌연변이 종이라고 한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초파일이 늦어졌는데, 그래서 사찰 마당의 불두화들이 꽃잎을 많이 떨구었다. 사진은 관악산 망월암의 불두화 사진이다.
▲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돌연변이 종이라고 한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초파일이 늦어졌는데, 그래서 사찰 마당의 불두화들이 꽃잎을 많이 떨구었다. 사진은 관악산 망월암의 불두화 사진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씨앗으로 번식할 수 없다.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방법은 꺾꽂이와 포기나누기 방식이다. 이유는 불두화가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술(수술과 암술)을 갖지 못하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불두화는 무엇일까. 이 꽃은 꽃술이 없는 꽃잎 무더기일 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향기도 없다. 곤충들이 이 꽃에 모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서글픈 나무다.

시인 최두석은 이런 불두화의 특징을 잡아서 “가문 날의 뭉게구름처럼/헛꽃 피우는/내 자신이 싫어요/꽃술을 없애고/탐스럽다 칭찬하는/사람들의 가없는 욕망이 싫어요”라고 ‘불두화’라는 시에서 노래하고 있다. 

번식하고 싶지만, 돌연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꽃술을 잃게 된 불두화의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그려낸 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두화는 어느 나무에서 나타난 돌연변이일까. 그것은 헛꽃과 진짜 꽃이 같이 모여서 피는 백당나무다. 

백당나무는 산지의 습한 곳에서 3m 내외까지 자라는 나무다. 불두화의 꽃차례가 앞의 설명처럼 야구공과 같다면 백당나무꽃은 납작한 원반 모양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 안쪽에는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자잘한 크기의 진짜 꽃이 무리 지어 있고 그 주위를 5장으로 이뤄진 흰 꽃이 진짜 꽃을 떠받드는 모양으로 핀다. 수분을 도와줄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나무의 계책이다.

어떻게 백당나무의 유성화가 사라져 불두화가 됐는지 과정을 확인할 수 없지만, 돌연변이 과정에서 만들어졌거나 진짜 꽃을 사라지게 육종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 나무가 들어온 것은 16세기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불두화는 처음에는 연초록의 꽃으로 피다가 만개하면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무성화지만 열매는 맺는다. 둥근 모양의 핵과인데 백당나무 열매와 유사하며, 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불두화의 쓰임새는 봄가을에 뿌리와 꽃과 잎을 채취해서 햇볕에 말려, 이뇨와 진통 그리고 부은 종기나 상처를 다스리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올해 볼 불두화는 다 졌으니 이제 내년 초파일을 기대해보자.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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