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2호 기준가 급락
임차권 가치, 매입가比 69% 폭락 반영
시장 투심도 냉각...수익증권 700원대
자산가치 회복은 내년 안에도 ‘불투명’

한때 투자 붐이 일었던 유럽 부동산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로존 금리 인상기에 따른 자산가치 재평가에 최근 발목 잡는 리스크로 전락한 모습이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2호가 투자자산의 감정평가액 급락으로 최근 펀드 기준가가 큰 폭의 하락을 맞았다. 수익증권 가격 또한 하락하는 등 시장의 투심도 얼어붙은 상태다. 더욱이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자산의 감정평가 가치가 매입가의 한참 못 미침에 따라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하는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2호’의 전날 기준가는 689.79원으로 지난 4월과 비교해 32.6%가 급락한 상태다. 특히 이 펀드의 기준 가격은 4월 26일까지만 해도 1좌당 1023.93원이었으나, 그다음 날인 27일 하루 만에 677.71원으로 대폭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은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투와송 도르 빌딩의 장기임차권(Long Term Leasehold)에 대한 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것에서 비롯됐다. 임차권의 감정평가액은 지난 2021년 12월 말 6662만유로(933억원)에서 지난 2022년 말 4530만유로(644억원)으로 32% 급감했다. 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1년 단위로 매해 말 감평을 받는데 내부 집한 투자 규정에서 정해놓은 기준보다 감정평가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기준가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펀드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투와송 도르 빌딩의 장기임차권을 취득하기 전 당시만 해도 이 물권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1억4620만유로 (JLL 기준)였고, 실제로 매입한 임차권의 가격 수준(부대비용 제외) 1억4600만유로 가량이었다. 즉 이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현재 자산가치는 매입 때와 비교해 69%가 폭락한 상태인 것.

자산의 평가 가치 급락은 국제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부동산 투자 환경이 침체된 영향으로 한투리얼에셋은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부터 중단 없이 인상을 이어가며 지난 3월에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산 평가 가치 하락은 금리 급등에 따른 할인율 상승이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펀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투심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상장 이후 2021년 말과 지난해 말 1000원을 유지하며 안정적 추이를 보였던 벨기에코어오피스2호의 수익증권 가격은 지난달 본격적으로 하락하더니 지난 5일 기준 758원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2호의 존속기간은 내년 6월 14일로 만기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상황에서 펀드 투자금 엑시트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에 맞춰 빌딩 장기임차권을 팔고 원본을 상환해야 하는데,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 위기 속 매각을 순조롭게 이룰지 미지수다.

실제 유로존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과 투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CRE 거래는 금리 인상과 은행 위기 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62% 떨어졌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해외 투자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으며, 특히 사무실 거래 건수는 2007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또 유럽 부동산 가치가 올해 최대 40% 더 떨어질 전망 속에서 펀드의 자산 평가 가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지난달 ECB의 기준금리 0.25% 인상이 추가로 이어진데다, 이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가치 평가액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자산가치가 투자 시점과 비교해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일 매각이 불발되면 대출 만기 연장 또는 차환을 추진해야 하는데 금리상승 여파에 따른 이율 변화를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도 있다. 리얼에셋운용은 장기임차권 매입 당시 8760만유로 대출금을 1%대 금리로 끌어왔지만, 대출 만기인 내년에 연장이나 리파이낸싱을 하려면 대폭 오른 조달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와 관련 리얼에셋 관계자는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관련 금리 이슈가 있어 모니터링 중이다”며 “만기까지 여러 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로 방도를 잘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금리 시대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통적 자산으로 안정적 수익을 얻기 힘들자 유럽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에 열을 올렸는데, 한국투자증권도 경쟁적으로 빌딩을 사들이는 분위기 속 다수의 자산을 매입했다. 투와송 도르의 장기임차권도 프랑스 투어유럽 빌딩과 벨기에 외교부 청사 건물과 함께 당시에 취득한 자산 중 하나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