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동백·산동백·아주까리동백, 쪽동백 등 다양
등잔유와 생활유는 물론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

▲ ‘동백’은 생활에 쓰는 기름을 얻는 식물의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사진은 이른 봄 산속에서 피는 생강나무꽃이다. 생강나무 열매는 기름을 내서 등잔유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동백, 산동백이라고 부른다.
▲ ‘동백’은 생활에 쓰는 기름을 얻는 식물의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사진은 이른 봄 산속에서 피는 생강나무꽃이다. 생강나무 열매는 기름을 내서 등잔유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동백, 산동백이라고 부른다.

2023년 06월 10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와 전기가 없던 시절, 불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은 동식물에서 얻은 기름이 전부였다. 동물성 기름은 고래·상어·정어리·돼지 등에서 얻었는데, 그 양이 많지 않았고 등잔유로 쓸 경우에는 그을음도 많았다. 그래서 민가에서 주로 사용한 기름은 식물에서 얻은 기름이었다. 여러 식물에서 얻어 경제적이었고, 그을음도 적어 사용의 편의성도 컸다. 

하지만 참깨와 들깨, 땅콩 등의 식용 작물은 쓰임새가 많아 기름 채취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식용의 쓰임새가 컸던 만큼 등잔유와 생활유로는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민가에서 주로 채집한 식물성 기름은 동백나무와 생강나무, 쪽동백나무, 아주까리 열매들이었다. 이 나무들의 열매는 특히 등잔유와 생활유의 쓰임새가 컸기 때문에, 공공재처럼 쓸 목적으로 마을 어귀에 심어서 관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무들이 한반도 전역에서 자랐던 것은 아니다. 동백나무는 온난대성 나무여서 제주도와 울릉도·대청도·백령도 등의 섬과 서남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서식했다. 그래서 중부와 북부 산간 지역에서 동백나무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유와 등잔유의 수요가 지역에 따라 달리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서나 다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지역에서는 다른 나무에서 기름을 얻어야 했다. 

이 나무들이 바로 쪽동백나무와 때죽나무, 그리고 생강나무의 열매였다. 아울러 1년초인 아주까리의 열매에서도 기름을 얻어 사용했다. 이들 열매는 동백나무의 열매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긴 밤을 밝히는데 부족하지 않은 기름을 내줬다. 

▲ 쪽동백나무는 이름에 동백을 담고 있다. 꽃은 포도송이처럼 모여서 꽃차례를 이루며 열매는 생활유와 등잔유 등으로 쓰였다. 사진은 북한산 계곡에서 찍은 쪽동백나무꽃이다.
▲ 쪽동백나무는 이름에 동백을 담고 있다. 꽃은 포도송이처럼 모여서 꽃차례를 이루며 열매는 생활유와 등잔유 등으로 쓰였다. 사진은 북한산 계곡에서 찍은 쪽동백나무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은 이들 나무에서 모두 동백나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쪽동백나무는 아예 이름에 ‘동백’을 담고 있다.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처럼 흰색의 꽃이 땅을 바라보며 피는 나무다. 때죽나무와의 차이점은 꽃들이 포도송이처럼 모여서 핀다는 점이다. 그리고 ‘쪽’이라는 접두어는 쪽문과 쪽배처럼 ‘작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백보다 열매가 작다는 뜻이 이름에 담긴 것이다. 

흔히 피마자로 부르는 1년초 아주까리는 ‘아주까리 동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강원도 아리랑’과 ‘아리랑 목동’이다. 강원도 아리랑에는 1절 초입에 “아주까리 동백아/열지를 마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응원가로 자주 부르는 아리랑 목동에는 “아주까리 동백꽃이/제아무리 고와도”라는 내용에서 ‘동백’이라는 이름이 거론된다. 강원도 지역에서 동백처럼 아주까리기름을 자주 사용했다는 것을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도 등장하는 ‘노란 동백’은 이른 봄 산속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를 뜻한다. 노란색 꽃이 까만 열매가 되어 산촌에 기름을 대주었기에 ‘동백’이라는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이들 열매는 모두 등잔유로 사용하거나 동백기름처럼 머리를 단장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나무로 만든 상이나 가구에 발라서 내구성을 높이는데도 활용됐다.

이처럼 ‘동백’은 기름을 대표하는 보통명사처럼 여러 나무에 붙여졌다. 그래서일까. 이들 동백과 구별하기 위해 붉은색 꽃을 피우는 동백은 ‘참동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참’이라는 접두어가 들어가는 만큼 채유되는 기름의 양도 많았고 쓰임새도 앞의 나무보다 더 다양하다. 등잔유와 생활유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그 품질도 동백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또한 동백은 식용과 약용으로도 사용한다. 식용으로 사용할 때는 동백 열매를 먼저 볶은 뒤 채유했는데, 생으로 짜는 기름보다 더 짙은 색을 띠게 된다. 이 기름은 식용 작물에서 얻은 기름보다 비등점도 높았고 올레산이 풍부하고 산화가 적어 참기름과 들기름 및 여타 식용유보다 품질이 더 좋다고 한다.  

한편 동백유는 치질과 기관지염, 심장질환에도 좋아 기름을 복용한다고 한다. 또한 피부노화를 막기 위해 화장품처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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