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발행 단기물만 96%
유동성 리스크 취약 우려

2023년 1~5월 카드사 CP 발행 현황
2023년 1~5월 카드사 CP 발행 현황

2023년 6월 13일 17:2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카드사의 단기 기업어음(CP) 발행액이 5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장기물 발행액은 2200억원에 불과했다. 자금조달 단기화가 뚜렷해지며 급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BC카드를 제외한 6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전업카드사가 발행한 만기 1년 이내 단기 CP는 5조2350억원이다. 신한카드는 이 기간 CP를 발행하지 않았다.

해당 기간 장기 CP는 2200억원 발행에 그쳐 전년 동기(4조1700억원) 대비 95% 급감했다. 롯데카드에서만 유일하게 장기CP를 발행해 대다수 카드사가 단기 조달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급작스레 터진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여파가 시장에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P에 대한 시장 우려가 급증함에 따라 투자자 수요가 위축됐다.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장기보단 단기 투자에 몰리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결과적으로 자금조달 시장환경이 급변하며 업계 조달 구조를 탈바꿈했다.

문제는 유동성 리스크다. 단기간 차환 부담이 증가하면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수익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 금융 등 만기가 긴 자산을 늘리는 추세에서 단기 조달에 집중한다면 스트레스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 기간 카드사들이 발행한 CP 중 장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4%다. 전년 동기(40%)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올해 만기가 100일 미만인 초단기 CP로만 5100억원을 발행한 카드사도 등장했다. CP 단기화가 업계에 만연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 캐피탈사 CP 발행 관련해 문제가 발견된 부분은 없었다. (CP 단기화 관련해) 다시 한번 살펴볼 예정”이라며 “자세히 봐야 하겠지만 유동성 경색으로 인한 현상이라기보다는 향후 금리 예측 등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조달을 단기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레고랜드발 경색은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해 10월 부도 처리되면서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을 대규모 혼란에 빠뜨린 걸 말한다. 결과적으로 CP 시장이 급위축됐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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