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미래에셋 등 NPL 펀드 설정 릴레이
SSF 조성 추진… 투자 시동 거는 운용사도
“부동산시장 침체…NPL 저가 매수 기회”
다만 하반기 투자는 정부 PF 정책이 변수

고금리 속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채권 시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산운용사의 NPL 펀드 설정이 속속 이뤄지고 있으며, NPL 투자에 시동을 거는 운용사도 늘고 있는 상태다.

하반기 역시 업계의 부실채권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관심이 모이지만, PF 정상화에 대한 당국 지원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부실채권(NPL, Non-Performing Loan)펀드 ‘미래에셋LW선순위NPL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종’을 지난 3월 설정했다. 부산 엘시티워터파크 담보대출이 투자 대상으로 미래에셋운용은 430억원을 끌어모았다. 현재 이 펀드는 대출 원리금 상환이 이뤄져 청산된 상태다.

앞서 지난 2014년 부실채권 본부를 만들면서 NPL 투자에 뛰어든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까지 8개 펀드를 조성하고 총 6300억원의 약정금액을 확보했다.

자산운용사 중 부실채권 시장 점유율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도 최근 특수상황펀드(SSF, Special Situation Fund) 1호를 설정했다. 600억 규모로 설정된 ‘이지스천호스페셜시츄에이션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은 강동구 오피스텔 개발사업 담보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4월에도 NPL 펀드 조성을 마무리한 바 있다. 부천시 중고차매매단지 담보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이지스카스퀘어NPL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을 설정해 400여억원을 모집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투자 매력이 높아진 NPL에 대해 이지스운용은 앞서 1분기 역시 물량을 매입하며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지스가 1·4분기 사들인 부실채권은 613억원이다.

NPL은 대출 원금이나 이자가 3개월 이상 회수되지 못한 채권으로, 대출 금리 급등과 부동산시장 침체 속 원리금 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이 늘면서 증가하고 있는데, 저평가된 부실채권을 싼 가격에 매입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 요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이 발생한 대출채권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가 매수 기회를 잡겠다는 복안으로 NPL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등 투자에 드라이브를 거는 운용사도 올 상반기 눈에 띄었다.

LB자산운용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NPL 투자를 위해 2000억 가량의 특수상황펀드를 조성 중이다. 지난 2월 펀드 투자에 대한 검토 및 법률 자문 목적으로 부실채권 등과 관련 2금융권 네트워크가 강한 법무법인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마스턴투자운용도 이자지급불능에 빠진 사업장의 대출채권에 투자해 자산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SSF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법무법인과 협약을 맺고 법률 심사 및 규제 분석에 돌입한 바 있다.  마스턴투자운용 관계자는 “올해 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유동화하고자 하는 부동산 자산이나, 건축 허가는 받았지만 브리지론 단계에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특수상환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는 아직 구체적인 진행을 말하기 어려운 단계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NPL 펀드 조성은 지난해에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유진자산운용은 우정사업본부, 새마을금고, 캠코 등의 출자자를 모집해 5029억 규모의 ‘유진에스에스앤디오퍼튜니티를 설정했다. 보고펀드자산운용도 작년 말 1390억원 규모로 ‘보고NPL일반사모투자신탁 3호’의 조성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올 하반기 또한 NPL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정부의 PF 정상화 추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 초까진 작년부터 이어진 시장 냉각으로 부실화된 채권이 늘어나 NPL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며 하지만 “PF 연쇄 부실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발표된 후 대출 만기 연장이 진행되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가 나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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