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2023년 5월 31일 대환대출 서비스가 세계 최초 출시됐다. 스마트폰만으로 15분이면 손쉽게 더 낮은 이자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2년여간 금융기관들과 금융당국, 플랫폼 서비스들 등 이해관계를 조율해 오다가 드디어 출시됐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달랐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환대출 플랫폼이 문을 연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10일 동안 1만1647건(3040억원)의 대출 이동이 이뤄졌다.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절감 효과는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운영하는 핀테크 서비스 핀다에서도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10일 동안 앱 설치 수가 약 3배 늘어났고, 대환대출을 위한 한도조회 사용자도 약 2배 증가하며 사용자 수요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환대출 플랫폼의 초기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기관들의 더딘 참여로 용두사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출 갈아타기가 시장에 잘 자리 잡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효용을 줄 수 있는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대환대출 인프라에는 53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지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 보험사는 아예 제외돼 있고, 국내 340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고객 접점이 많은 플랫폼 서비스에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아직 적은 편이다. 서비스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플랫폼 내 참여한 금융기관 수는 53개 참여사 중 3분의 1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환대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시중은행들은 플랫폼 참여에 소극적이다.

둘째, 중·저신용자가 많은 2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카드사의 경우 단 2개사만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상태다. 또한 상대적으로 1금융권에 비해 대환대출 성과도 저조한 편이다.

2금융권이 대환대출 경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1금융권 대비 금리 메리트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총 1819건의 대출 이동이 이뤄졌지만, 은행간(1금융권→1금융권) 대출 이동이 전체 대환대출의 90%를 차지한 바 있다. 금융소비자의 대환 수요가 은행에 쏠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은 원활하게 갈아타지 못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도 금리 경쟁력을 갖춘 대환 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대환대출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다각도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환대출 플랫폼의 출시 목적인 ‘대출 갈아타기를 통한 금리 인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유명무실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간편화 프로세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는 이자 비용을 낮춘다는 차원에서 기가입된 금융기관에서 더 금리를 낮춰 갈아타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때 활용 가능한 것이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이다. 하지만 은행 홈페이지에서 비대면으로 신청해도 적어도 4~5회의 클릭을 거쳐 많게는 20분이나 걸리는 등 불편한 신청 과정 탓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평균 신청률은 6.33%에 불과했다.

현행 은행법상 핀테크 플랫폼에서도 금융소비자를 대리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금융 IT 측면에서 은행과의 전산시스템 호환 문제 등으로 인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어렵게 신청했다 하더라도 까다로운 자격 요건 탓에 평균 수용률이 2.38%에 그칠 만큼 금융기관의 심사 문턱도 매우 높다. 거절 사유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하다.

금리인하요구권이 ‘깜깜이’ 소비자를 양산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도록, 신청 가능 여부와 거절 사유에 대해 명확하게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금리인하요구권을 위해서는 은행의 협력과 관련 핀테크 서비스들이 활발하게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는 12월 전체 가계대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대환대출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담보대출의 비대면 프로세스화가 가속돼야 한다. 담보대출은 워낙 이자비용이 큰 장기상품인 만큼 소비자 효용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관건은 신용대출에 비해 더욱 심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쉽고 투명하게 상품 조건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비대면 프로세스를 잘 갖추고 있는 인터넷은행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최초’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대환대출 서비스는 금융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던 보험다모아 등과 같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월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에 편리한 길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핀테크와 금융사들이 협업을 원만하게 해내야 할 때다. 모든 플랫폼의 성패는 결국 '고객 만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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