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임원 보수지급액 공시 확대안 등 계류
현행 ‘개인이 얼마를, 왜 받았는지’ 불투명

금융사의 성과보수체계 개선이 함흥차사의 길을 밟고 있다. 각 등기임원 보수액과 성과 연계성이 깜깜한 실정에서 금융당국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 공시 확대안과 ‘세이 온 페이’ 제도 도입이 수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 공시 확대안과 ‘세이 온 페이’(Say-on-pay) 의무화 내용이 담긴 이 개정안은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2020년 5월 한차례 폐기된 이래 그 다음 달 금융위원회가 다시 제출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6차 실무작업반) 지난 회의에서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사 성과보수 제도 개선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며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 공시 확대안과 세이 온 페이 제도 도입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19일 금융위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6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등기임원 외 업무집행책임자를 포함하는 개별 임원의 보수·성과보수 총액과 그에 대한 구체적 산정 기준을 은행, 금융지주,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종금사 등 금융사 연차 보고서에 공시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수가 공개되기는 하지만 (개별 임원이 어떤 지표를 어떤 비중으로 평가받아 보수를 받았는지) 알아보기 힘들지 않은가”라며 “그런 것을 구체화하는 작업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등 금융사의 지난해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표이사, 사외·비상임이사 등 임원의 보수 및 성과보수 총액은 명확히 공개돼 있지만, 개별 임원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2022년 등기임원에게 지급된 보상총액은 19억3000만원, 성과보상액으로는 임원들이 5억4000만원을 가져갔음을 공개했지만, 개인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공시하지 않고 있다.

또 보수에 대한 산정 기준도 현행 보수 공시제도 체제에서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ROE, ROA, RAROC, 상대적주주수익률, 당기순이익 등 재무성과 지표와 수익·성장 기반 확대, 디지털 新혁신 추진, 핵심성장 동력 육성 등 비재무 성과지표를 평가지표로 사용 중임을 우리 금융은 보고서를 통해 밝혔지만, 보수 및 성과보수가 어느 지표를 어떤 비중으로 평가받아 지급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들이 연봉을 받는 개별 임원의 성과를 직접 파악하고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선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라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보수를 공개해 질타하자는 게 아니라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이 초래할 위험에 대한 경계, 인식을 회사 내부와 주주들이 가질 수 있게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을 강화하는 세이 온 페이 제도 도입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총에서 설명토록 해 주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 표명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임원 보수와 관련해 주주들은 보수총액 한도만을 승인하고, 개인별 지급금액은 이사회 결정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사들이 본인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해 상충 소지가 있다는 게 금융위의 지적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개별 임원의 보수액이 지위나 역할, 책임 등에 맞게 적절히 설정되었는지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하고 있다. 

세이 온 페이는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원과 임원진 간의 급여 격차가 커졌던 미국은 2010년 해당 제도를 도입했으며, 공기업 민영화로 경영진의 과도한 보상 문제가 논란이 됐던 영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회사법에 명시된 바 있다.

한편 이외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방안으로 이연 제도 강화도 금융위는 검토 중이다. 금융사 임원 등의 단기성과 추구를 제한하기 위해 장기성과 보수 이연 지급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최소 비율을 40%에서 50%로 확대코자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는 법률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에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연 제도 강화는 아직 시행령 개정 전이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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