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하임·대동여주도’ 프리미엄 ‘더 라거’ 맥주 출시
국산 몰트·홉, 명인의 무궁화차 넣어 스토리까지 채워

라거 스타일의 프리미엄 맥주가 출시됐다. 저가의 편의점 맥주가 주도하는 시장에 ‘미식의 가능성’을 여는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바네하임과 대동여주도가 공동 기획한 이 맥주의 이름은 ‘더 라거 마스터스 콜렉션’이다. 각 병마다 품번을 적었으며 1200병 한정 생산했다.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편의점 맥주 시장이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에서도 백종원의 브랜드를 담은 ‘빽비어’를 캔맥주로 출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모두 값싸게 사 마실 수 있는 맥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중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제품에 승부를 걸어야 상업적으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광고 및 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유통점에서도 이런 제품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노출이 많은 제품이니 소비자가 더 찾게 되고, 그만큼 수익도 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가 캔맥주가 장악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 프리미엄 맥주가 출시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의점 맥주와 관련한 기사만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맥주가 발표돼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기사는 기성 매체에서 눈을 씻고 찾아도 만날 수가 없다. 돈이 되는 곳에 기사도 따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 발표된 맥주는 ‘바네하임’과 ‘대동여주도’의 합작품이다. 두 회사 모두 여성CEO가 운영하는 회사다. 수제맥주 1세대인 김정하 대표와 전통주 알리미 1세대인 이지민 대표가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관점에서의 프리미엄 맥주를 기획했다.

그래서일까. 두 CEO가 발표한 맥주는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우선 ‘라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흔히 크래프트맥주 업계에서는 독특한 풍미를 가진 에일맥주에서 승부를 걸려고 한다. 라거는 국내 대형사 제품은 물론 매우 다양한 수입맥주가 시장에 유통되는 상황이다. 난공불락의 대형 기업이 포진하고 있어서 당연히 경쟁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고정관념을 깨듯 라거를 출시했다.

‘더 라거 마스터스 콜렉션’은 국내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프리미엄 맥주다. 국내산 몰트와 홉, 그리고 무궁화 꽃을 넣었다. 무궁화꽃은 꽃차 전문가인 송희자 명인이 덖은 꽃이다. 송 명인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때부터 무궁화꽃차를 선보였다.
‘더 라거 마스터스 콜렉션’은 국내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프리미엄 맥주다. 국내산 몰트와 홉, 그리고 무궁화 꽃을 넣었다. 무궁화꽃은 꽃차 전문가인 송희자 명인이 덖은 꽃이다. 송 명인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때부터 무궁화꽃차를 선보였다.

이름은 ‘더 라거 마스터스 콜랙션(이하 더 라거)’. 라거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제품의 원재료도 그동안의 접근법과 다르다. 웬만하면 모두 국산 제품을 써보자고 한 듯 국내산 몰트(군산) 국내산 홉(부안)을 사용했다. 여기에 보태 무궁화꽃을 넣었다. 전남 담양의 송희자 명인이 덖은 최상급 무궁화꽃을 넣어 스토리텔링까지 채운 것이다. 물론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부재료를 국내산으로 넣은 프리미엄 맥주는 이 제품이 처음이다. 게다가 라거는 발효가 끝난 뒤에 오랜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 맥주는 8개월가량을 ‘라거링’했다고 한다.

이렇게 준비했으니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한 병에 3만8700원이다. 가볍게 마시기 위해 구입하는 술이라기보다는 의미 있는 소비를 위해 준비한 맥주다. 병마다 번호까지 넣어서 1200병을 한정 생산했다. 생산 기획부터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술이다.

하지만 이 술은 목전의 수익을 바라보면서 만든 제품은 아닌듯하다. 이렇게 만들어서 단박에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두 CEO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맥주 시장의 조성을 위해, 터 닦는 마음으로 ‘더 라거’를 출시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동여주도와 바네하임이 던진 노크에 박수를 보낸다.

맛의 특징은 보통의 라거보다 풍부한 홉 향과 몰트 맛이라고 할 수 있다. 홉은 국내산과 외국산을 같이 사용했다. 블랙커렌트와 녹차, 주니퍼베리 등의 향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맥주는 라거도 제대로 만들면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더 라거’는 바네하임과 대동여주도의 두 대표가 시장에 의미 있게 던진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름에 즐기는 맥주라는 제한적인 사고가 아니라 미식의 영역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도 시장에 필요하다는 선언적 의미도 같이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질문이 시장에 쏟아졌으면 한다. 미식의 다양성은 이러한 도전이 많아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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