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사회서 지분 50%+1주로 의결 예정
카카오T 활용, 영업용자동차 시장확대 용이
‘라이센스 장사’ 비판 변수…“당위성 중요해”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지분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 악사손해보험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금융지주 전환에 출사표를 던진 교보생명이다. 지분구조의 단순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왜 직접 인수를 택하지 않은 걸까. 답은 역시나 카카오에 있었다.


‘50%+1주’ 인수 후 공동출자


2023년 6월 19일 15:3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일 열리는 교보생명 이사회에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하 카카오손보)의 지분 인수를 의결한다. 교보생명은 지분 ‘50%+1주’를 인수, 카카오손보의 경영 이니셔티브를 가져간다는 복안이다. 이후 공동 출자를 통해 악사손해보험을 최종 인수한다는 게 이번 이사회의 핵심 사안이다.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진행 중인 어피니티 등 재무적투자자(FI) 측도 이사회 멤버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인수결정에 대해 별다른 반발이 없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이 카카오손보 이후 악사손보까지 인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단 악사손보가 얼마의 가격에 팔릴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수 자금 역시 카카오페이와 공동출자가 예고된다.

카카오손보는 손해보험업 라이센스 획득 당시 금융당국에 올해 2분기까지 1000억원의 추가 증자를 약속한 바 있다. 교보생명 이사회와 같은 날 이뤄지는 카카오페이 이사회에서 증자와 함께 이러한 안건이 함께 의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사회 의결이 끝나면 대주주변경 승인 등 본격적인 인수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약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2025년 초 악사손보 인수를 포함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핵심은 카카오T…건당보험료 ‘300만원’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업 라이센스 획득을 위해 카카오페이와 손잡은 이유는 거대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를 활용한 자동차보험 시장 확대에 있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악사손보의 전신은 자동차보험 전업사인 교보다이렉트다. 종합손해보험업 라이센스를 보유한 현재도 전체 보험계약의 90% 내외가 자동차보험에 쏠려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또 대형사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자체 보상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손보사기도 하다.

이는 과거 악사손보의 매물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이고, 전체 조직 내 정규직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손보와 합쳐지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당초 카카오손보 출범 전 삼성화재와도 합작사를 고려했던 카카오페이다. 그만큼 자동차보험업 진출에 열망이 컸던 것.

무엇보다 카카오가 보유한 모빌리티플랫폼(카카오모빌리티)의 잠재성이 매우 크다. 카카오T는 현재 택시,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에 진출, 자체 크루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객뿐만 아니라 물류, 화물 등의 유상운송 시장까지 점유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경우 카카오손보는 굳이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한 개인용자동차 시장에 목매지 않아도 영업용·업무용자동차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자동차보험이 적자인 이유는 보험금 지출 대비 충분한 보험료 수입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높은 손해율이다. 즉 매년 보험료 인상이 자유롭지 않았던 건데, 이러한 정부의 가격통제는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치중해 있다. 

당장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용 택시 등이 연간 내는 자동차보험의 건당 평균보험료는 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서 택시중개 95%, 가맹택시(카카오블루) 74%의 점유율을 가진 곳이다. 국내 택시기사 24만명 중 22만명이 카카오T를 이용하고 있고, 카카오T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명이 넘는다. 


지주전환 셈법…‘라이센스 장사’ 비판은 변수


교보생명은 향후 손해보험업 계열사로 카카오손보, 손자회사로 악사손보를 거느리게 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지분 33.78%를 통해 교보생명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향후 금융지주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카카오손보와 악사손보를 합병하더라도 지분을 50% 이상 가져갈 공산이 크다. 

변수는 ‘라이센스 장사’라는 비판이다. 지난해 4월 보험업 진출 본허가를 획득한 카카오손보다. 이는 기존 보험업이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사 라이센스를 획득한 첫 사례다. 

보험업 진출을 허가한 금융당국은 당시 ICT와 보험의 결합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주길 주문했다.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해달라는 것. 그러나 카카오손보는 출범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센스를 다른 곳에 넘기는 모양새는 당초 제출한 사업계획에도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심사 과정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보사 하나를 늘린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금융당국이 향후 다른 산업의 보험업 진출을 어떻게 바라보겠나”라며 “앞으로 이뤄질 대주주변경 승인 작업의 핵심은 카카오손보와 악사손보를 통해 얼마나 새로운 보험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당위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악사그룹간 조인트벤처(JV)인 교보악사자산운용도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합작기간은 오는 8월까지다.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 따라 교보생명의 완전 인수도 고려되고 있다. 악사(AXA)그룹도 악사손보 매각과 함께 완전 철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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