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출장…“현지 자산 직접 살필 것”
공실 비상 걸린 CRE 시장 점검 가능성

저금리 시대에 대거 투자해온 해외 빌딩이 공실률 급락으로 부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미국 등 앞다퉈 편입했던 자산들이 위치한 지역으로 속속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앞서 프랑스 부동산시장을 살펴보고 왔던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하반기에는 뉴욕을 방문할 예정으로, 현지 투자환경에 대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 CEO들로 구성된 NPK(뉴 포트폴리오 코리아, New Portfolio Korea) 대표단이 오는 9월 말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1차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장길에 올랐던 자산운용사 외 운용사들이 참여한다. NPK는 협회 회원사 CEO로 구성된 대표단이 해외 정부 당국, 유관 기관, 자산운용사, 기업 현장 방문을 통해 글로벌 투자 흐름과 정보를 파악하는 연례 프로젝트다. 

금투협 관계자는 “본래 1년에 한 번 해외에 나가는데, 신청 운용사 숫자가 많아서 이번엔 그룹 2개로 나뉘어서 가게 됐다”며 “2차로 가는 그룹은 9월 말에 갈 예정으로, 협회에 가입한 운용사 400개 중 출장 갈 여력이 있고 해외 투자에 관심 있는 회사들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참여 운용사는 1·2차 모두 합해 40개 정도가 될 것 같다”며 다만 “본인이 새로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한 달 전에도 태핑 할 수 있어서 내정된 리스트는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일부 자산운용업계 CEO들은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는데 ‘슈로더 인베스트먼트(Schroders)’, ‘유라제오(Eurazeo)’, ‘프랑스 인베스트(France Invest)’ 등 글로벌 투자사, 정부 투자기관 등을 만나 유럽 대체투자 시장을 살펴보고 투자 기회를 논의한 바 있다. 

9월 말 방문할 뉴욕에서 또한 공공·민간 기관들을 방문해 현지 투자 대상· 리스크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컨택된 퍼블릭 섹터(공공부문), 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프라이빗 섹터(민간부문)를 방문해 투자에 대한 리뷰를 한다”며 “고객 자산을 가지고 펀드 운용을 함에 있어 국내에서 보고서만 보는 것보단, 투자할 그 나라 자산들을 직접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점검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뉴욕 상업용 부동산(CRE) 투자환경 및 투자 기회에 대한 점검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뉴욕 등 미국 CRE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실 급증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등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올해 초 뉴욕 맨하탄의 경우 오피스 공실률이 22%로 치솟으며,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은 지난 2010년 중후반 저금리 시대 때 해외 대체투자에 열을 올렸던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투자 비중을 늘린 곳 중 하나인데, 현재도 여러 자산이 운용사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는 상태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이 2019년 사들인 뉴욕 Pier 57 선순위 대출채권과 캡스톤운용이 2018년 매입한 Ritz-Carlton Central Park 호텔 선순위 대출, 2019년 펀드에 담은 Eleventh Avenue 소재 오피스 선순위 담보대출의 B-Note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2016년 중·후순위 메자닌 대출채권에 투자를 진행한 삼성SRA의 뉴욕 237 ParkAve도 있다. 

이들 자산 중 일부는 여타 뉴욕 물건들처럼 공실률 하락 여파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삼성SRA운용의 ParkAve 오피스빌딩 같은 중·후순위 대출은 공실이 악화돼 임대료가 감소하면 메자닌 대주에 이자 지급이 중단되는 등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더욱이 자산가치가 떨어진 상태에선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후순위 대출은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실제로 해당 빌딩의 지난해 감정평가액은 1495만달러(191억8384만원)으로 전년 대비 30.6% 하락했다. 

결국 뉴욕 소재 자산을 보유 중인 운용사 CEO들이 기존 투자자산에 대한 리스크 요인도 검토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데, 다만 협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이번 방문길에선 개별 점검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들이 헐값에 매각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다”며 다만 “금투협에서 가는 출장은 짜놓은 일정이 있기 때문에 개별 자산들을 둘러볼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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