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리테일투자신탁126 등 다수 만기 연장
리테일 자산 매각 불발…고금리로 수요 위축
“매도인·매수인 괴리…한동안 매각 힘들 것”

국내 리테일 부동산을 담은 펀드들의 존속 기간 연장이 최근 속속 이뤄지고 있다. 고금리 속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가 쪼그라든 가운데 건물 매각이 불발되면서 엑시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의 5년 만기 연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본래 이 펀드 (설정액 667억원, 만기까지 환매가 안 되는 폐쇄형)의 존속 기간은 이달 26일까지였다. 

해당 투자신탁의 편입 자산은 홈플러스 전라북도 전주효자점인데, 이지스운용은 펀드 만기 내 지속해서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가 원인이다. 이 물건은 앞서 2020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리테일 시장 침체로 매각이 불발돼 3년 연장이 진행된 바 있다.

현재 리테일 부동산 시장은 엔데믹으로 인한 상권 활성화에도 COVID-19 장기화에 따른 오프라인 대면 소비심리 미회복과 치솟은 시중금리로 인한 금융투자업계의 실물자산 매입 부담 상승으로 지속해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62.6% 급감한 가운데, 특히 리테일의 경우 거래 사례가 보기 흔치 않았다. 

통상 실물 부동산 펀드는 만기 1~2년 전부터 건물 매각을 추진하는데, 지난해 리테일 거래량 또한 급격히 감소한 바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리테일 거래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숙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졌는데, 종식 선언 후에도 대형마트, 백화점, SSM 등 오프라인 점포로의 복귀가 크게 늘지 않았다”며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 현상으로 리테일 자산의 벨류에이션에 대해서 현재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출을 일으켜 자산 매입을 하는 데 있어 금리가 높으면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또 대출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이자 비용 때문에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 저하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그러면 싸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가격이 아주 내려간 것도 아니다 보니 매각이 불발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지스운용의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 역시 지난달 수익자총회를 통해 신탁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됐다. 본래 존속 기간은 오는 29일까지였는데, 이 펀드(설정액 208억원, 만기까지 환매가 안 되는 폐쇄형) 또한 실물자산 매각이 지연돼 만기가 연장됐다. 

편입 자산은 서울시 광진구 소재 ‘몰오브케이(건대CGV)’로 이 물건 역시 급격한 시장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수요가 경직된데다, 코로나19로 영화관 등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마찬가지로 지난 2020년 코스닥 상장사인 쎄니트로부터 매입한 CGV 충남 대전가오점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멜론자산운용 역시 3월 ‘멜론에셋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9호’(설정액 117억원, 만기까지 환매가 안 되는 폐쇄형)의 1년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 2월에는 ‘이지스KORIF사모부동산자투자신탁19호’가 수익자총회를 통해 오는 27년으로 만기 연장되는 안건이 통과됐다. 이 역시 리테일 부동산인 홈플러스 경남 진주·경남 삼천포·경북 포항 지점이 만기 내 매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매각이 불발된 자산들에 대해 운용사는 상시 재매각 추진을 통해 인수 가능한 매수의향자를 찾을 계획이지만,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이 정체된 현시점 기준으로도 리테일은 아직까지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특히 “대형마트에서는 지점 통폐합을 검토 및 진행 중에 있고, 대출기관에서도 자산의 위험성을 평가함에 있어 리테일을 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해 금리에서 다소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그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매각가에 대한 괴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웬만큼 좋은 자산이 아니고서는 리테일 자산의 매각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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