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상담 편의성 고도화…뱅킹앱 한계 극복
방판법 개정으로 투자상품 판매 부담도 줄어

2023년 6월 27일 17:1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문판매(Outdoor Sales·ODS) 시장이 은행의 제2 디지털 혁신 격전지로 떠올랐다.

운영비용 절감 차원에서 영업점 통폐합을 가속하는 가운데 고액 자산가 대상 프라이빗뱅킹, 기업금융 등 뱅킹앱으론 소화하기 힘든 사업 영역을 고도화된 ODS 서비스로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ODS 영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IBK태블릿뱅킹’ 도입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IBK태블릿뱅킹은 은행원이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서 전자문서화된 양식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신용등급 시뮬레이션과 대출 및 투자상품 상담, 가입 등을 진행하는 영업 관리 툴을 말한다.

기업은행이 기업금융 특화 은행이라는 특성에 맞춰 기업고객 상담업무 위주로 구축한 게 특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기업금융 디지털화 부문에서 여타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며 “ODS 등을 활용해 시공간 제약 없는 완성형 채널을 구축, 디지털 기업금융의 초격차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타겟팅 ODS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경기도의사회와 여신 한도 및 금리 우대 업무협약을 맺고 전담 ODS팀을 꾸려 개원의, 봉직의 등 경기도의사회 회원 대상 1:1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전문 컨설턴트를 도입, 근로자 금융상담 ODS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세무 등 재테크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함께 진행해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일부 영업점에서 제공하던 화상상담 서비스를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영업점 방문 없이 원하는 지역의 직원과 대출·세무 등 전문 업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KT와 손잡고 국내 첫 홈뱅킹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집에서 KT 지니 TV 채널과 AI 스피커, 스마트폰을 활용해 전담 직원과 화상으로 예·적금 및 신용대출 신규 등 업무 처리와 주요 외국통화 환율, 코픽스 현황, 금·은 가격 등 금융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한 달여 간 서비스 시범 운영을 통해 고객 니즈 파악 및 데이터 확보 후 퇴직연금(IRP) 등 이용 가능한 업무 범위를 늘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ODS 부문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건 영업점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구현하고 뱅킹앱 채널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11월 국회를 통과,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본격 시행된 것도 ODS 고도화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은 방문판매 후 14일 내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허용하는 방문판매법 적용 제외 대상을 기존 보장성 상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률 변동이 큰 투자성 상품에 대한 청약 철회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은행권 ODS 서비스가 도약하기 위해선 단순한 트렌드 추종에 그치지 않고, 채널 자체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대 초반 은행권에서 과열됐던 무인점포 경쟁이 콘텐츠 부족과 장기적 채널 전략 부재, 저조한 수익성 등으로 실패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 인력과 채널을 어떻게 디지털화로 맞춰 나갈지가 은행권 경영진 화두”라며 “ODS를 영업점 대체 채널이 아닌, 영업기회를 확장하는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시스템 인프라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앞으론 일반 은행원들도 ODS가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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