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은 김씨(여, 50대)는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병리과 전문의는 조직검사를 통해 ‘비침윤성 요로세포암종, 고등급’으로 진단했고, 임상의인 주치의는 위 조직검사결과를 기초로 ‘상세불명의 방광의 악성 신생물(질병분류기호 C67.9)’ 진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보험사는 김씨의 질병이 ‘침윤이 없는 방광암’이라 악성신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단, 상피내 암종에는 해당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보험금만 지급했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르면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김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제4차 개정 한국질병사인분류에서는 ‘요로의 악성신생물, 분류번호 C64-C68'에 해당하는 방광암(C67.9)은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김씨가 수술 받을 당시에 시행하고 있던 제7차 한국질병사인분류는 D09.9에 해당하는 제자리 암종으로 악성신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쟁점은 두 가지다. △임상의사가 암 진단서를 발급한 경우 암 진단확정으로 볼 수 있는지 △한국질병사인분류를 보험계약체결 시점과 수술 시점 중 어디에 따를 것인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년 7월 24일 선고 2017가단5176277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병리의사가 아닌 임상의사가 진단서를 발부하는 의료계의 현실 및 관련 법규 등을 고려할 때 병리전문의사의 판정 결과를 토대로 임상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한 이상, 그 임상의사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약관 조항이 정한 암 진단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명시적인 규정 없이 이후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적용하여 종전의 보장 범위를 좁히는 것은 계약자에게 불리하여 허용될 수 없다.

가령 병리과 전문의가 ‘제자리 암’이라고 진단하고 임상의사가 악성종양이라고 진단한 경우에는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나 입원사실증명서 등으로는 암의 진단확정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병리과 전문의가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비침윤성 요로세포암종, 고등급’이라고만 그 결과를 기재했을 뿐, 임상의사만이 암이라고 진단했다면 병리과 전문의의 조직병리검사 결과보고서 등을 토대로 임상의사가 병명을 진단서에 기재한 것으로 본다. 진단확정 내용에 관한 다툼과는 별개로 진단확정주체상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또 위 판결례는 명시적인 규정 없이 이후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적용하여 종전의 보장 범위를 좁히는 것은 계약자에게 불리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부분의 암보험 약관은 보험계약 체결 시점에 유효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인용하면서 그에 따라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으로 암을 정의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추가로 암으로 분류되는 질병이 있는 경우, 그 질병도 암으로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암의 범위가 축소된 경우에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의 보험소비자의 기대이익은 보호돼야 할 것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시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기준으로 한다.

한편 최근 유력한 견해로는 암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암으로 진단 확정되는 것’이므로, 암보험 약관의 규정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는 진단 확정 될 당시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의 주요한 부분인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사유는 일반적으로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명시적인 규정 없이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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